"영어유치원으로 옮길래요"…개학연기에 등돌리는 학부모

4일 오전 8시30분께 한유총의 ‘개학연기 투쟁’에 동참했지만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한 유치원으로 원아들이 학부모 손을 잡고 등원하고 있다./서종갑기자

“이참에 유아교육법 적용을 안 받는 영어유치원에 보낼지 고민 중이에요. 돈이 문제에요? 우리 아이 교육이 정치 논리에 휩싸이는 꼴을 못 보겠어요.”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이 ‘유치원 3법’ 철회를 요구하며 4일 개학 연기 투쟁에 나섰다. 이날 개학 연기가 결정된 유치원 학부모들은 한유총을 거세게 비난했다. 개학을 연기하되 자체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유치원 학부모들도 ‘아이 미래를 볼모로 투쟁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한유총 비난에 동조했다.

이날 오전 8시30분께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한 유치원으로 아이들이 학부모 손을 잡고 속속 도착했다. 그러나 통학버스는 모두 유치원 앞 주차장에 정차된 상태였다. 개학을 연기하되 돌봄서비스만 제공하기로 한 유치원이기 때문이다. 오전 10시까지 등원한 아동은 30여 명 정도였다. 이 유치원은 원아 190여 명이 등록돼 있다.


개학 연기로 수업이 진행되지 않아 모처럼 가방을 메지 않은 데다가 부모 손을 잡고 등원한 아이들은 기쁜 표정이었다. 반면 곁에 선 학부모 표정은 근심이 가득했다. 7세 아동을 둔 학부모 A씨는 “버스로 등원하는데 개학 연기로 버스 운행이 안 된다고 해서 오전 반차를 내고 왔다”며 “회사에서 중요한 미팅이 있는데 갑자기 일정이 꼬여 난감하다”고 말했다.

부모들은 한결같이 아이들 교육과 정서를 걱정했다. 학부모 B씨는 “저희가 아이가 5세인데 어린이집에 있다가 유치원에 이제 막 와서 적응기간이 필요하다”며 “저번 주에 오리엔테이선을 거쳤는데 갑자기 이렇게 과정 못하게 되면 아이들 교육과 정서에 문제가 생길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일부 학부모들은 고발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딸은 등원시킨 한 학부모는 “내일까지도 정상 운영하지 않으면 개인적으로라도 고발할 생각”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날 유치원을 찾지 않은 학부모들은 대체로 자택에서 아동을 돌본 것으로 전해졌다. 6세 남아를 등원시킨 한 학부모는 “저는 맞벌이라 긴급돌봄 서비스를 받아 아이를 맡겼다”며 “전업인 분은 집에서 아이를 돌보고 맞벌이인 분들 중 일부는 일하는 아주머니가 집에서 돌봐준다고 안다”고 말했다. /서종갑기자 ga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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