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수출 비상인데 단기처방만 내놓을 건가

정부가 수출활성화 대책을 또 내놓았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4일 ‘제4차 경제활력대책회의’를 열어 올해 무역금융 지원 규모를 15조3,000억원 늘린 235조원으로 책정하고 수출단계별로 8개 무역금융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하기로 했다. 중소기업의 수출 마케팅 지원액도 지난해보다 5.8% 증액해 상반기에 60%를 조기 집행하기로 했다.


이번 대책은 올 들어 수출전선에 비상이 걸린 상황에서 수출기업의 자금난을 해소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내놓겠다고 했지만 결국 이전 대책과 마찬가지로 무역금융과 마케팅 활동에 정부 돈을 풀어 수출 하락세를 막겠다는 것이어서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이 정부가 내놓는 경제대책은 기껏해야 재정투입밖에 없느냐는 탄식이 절로 나올 판이다. 게다가 지원 대상에서 대기업을 철저히 배제한데다 하반기에는 수출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낙관론까지 내놓아 정부 대응이 안이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작금의 수출시장이 농수산물 수출 확대로 버틸 수 있을 만큼 한가롭지 않다는 얘기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수출환경이 더욱 나빠질 것이라는 사실이다. 수출의 보루였던 반도체는 지난달 9년10개월 만에 최대 감소폭을 보였고 석유제품·자동차 등 주력 수출품목도 갈수록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 이처럼 우리 핵심산업이 무더기로 경쟁력 추락에 시달린다면 정부 대책도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회복하는 데 역점을 둬야 한다. 무디스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2.3%에서 2.1%로 하향 조정하면서 투자위축과 함께 글로벌 무역 둔화에 따른 수출 감소를 지목한 것도 우리 정부에 대한 경고일 것이다.

정부는 기존 주력산업의 체질을 개선하는 한편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신성장동력을 육성하는 근본적인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아울러 최저임금 인상 등 불투명한 경영환경을 해소해 기업 활력을 높이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끌어올리지 못한 채 땜질처방으로 일관한다면 수출강국 달성은 요원한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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