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철 삼성그룹 선대 회장의 맏사위이자 최근 별세한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의 남편인 조운해(사진) 전 고려병원 이사장이 지난 1일 별세했다고 한솔그룹 측이 4일 밝혔다. 향년 94세.
조 전 이사장은 약 한 달 전인 1월30일 부인을 먼저 떠나보냈다. 조동길 한솔그룹 회장 등 유족들로서는 단기간에 부모를 모두 잃은 슬픔을 겪게 된 것이다.
고인은 1925년 대구금융조합연합회장을 지낸 조범석씨의 3남1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광복 후 박사만 14명 배출한 경북의 명문가이자 대지주인 한양 조씨 집안으로 시인 조지훈 선생도 같은 가문이다.
1950년 경북대 의대의 전신인 대구의전을 졸업한 후 일본으로 건너가 1960년 도쿄대 의대 대학원에서 의학 박사(소아과) 학위를 받았으며 같은 해 서울대병원에서 근무하면서 본격적으로 의료인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고인이 이 고문을 만난 것은 1948년. 이병철 선대 회장의 부인 고(故) 박두을 여사의 조카인 박준규 전 국회의장이 자신의 경북중 1년 후배인 조 전 이사장을 삼성가 맏사윗감으로 소개했고 이후 백년가약을 맺었다.
조 전 이사장은 이 선대 회장의 사위이자 이건희 삼성 회장의 매형, 한솔그룹 고문의 남편이지만 회사 경영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고 평생 의사의 길만 걸었다. 서울대병원 근무 후 1966년부터 1984년까지는 고려병원(현 강북삼성병원) 원장과 이사장을 지냈고 1980~1984년 대한병원협회장, 1981~1985년 아시아병원연맹 회장, 1988년 병원협의회장을 맡는 등 의료계와 병원계의 발전을 위해서도 헌신했다.
고인은 경북대 총동창회장과 의과대학 총동창회장을 역임하는 등 모교인 경북대에 대한 사랑도 각별했다. 은퇴한 후에는 자신의 호를 딴 효석(曉石)장학회를 설립해 경북대 후배들을 위한 장학 사업을 벌이기도 했다.
슬하에 장남 조동혁 한솔케미칼 회장, 차남 조동만 전 한솔그룹 부회장, 3남 조동길 회장과 조옥형·조자형씨 등 3남2녀를 뒀다. 유족들은 고인이 1일 별세했지만 휴일 등을 감안해 4일부터 조문을 받았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이며 발인은 6일 오전8시30분이다.
한편 이명희 신세계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이재현 CJ 회장 등 범삼성가 인사들은 이날 빈소를 찾아 고인을 추모하고 유족을 위로했다.
/맹준호기자 nex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