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선박 충돌' 광안대교 복구비 불어나나…"수백억원 이를 수도"

9㎡ 크기 찢어진 대교 복구하는 데 통제 필요…교통 불편 등 간접 피해도
부산시, 선박 가압류 등 법적 조치 이행 검토
선사 측, 국내 최대 로펌 ‘김앤장’ 선임해 소송 대비

지난달 28일 오후 러시아 화물선 씨그랜드호(5,998t)이 충돌해 부산 광안대교 하판이 파손됐다. 사진은 파손된 부위인 광안대교 하판 10~11번 사이 교각의 모습. /부산해양경찰서 제공=연합뉴스

러시아의 대형 화물선이 들이받아 파손된 부산 광안대교의 피해를 복구하는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이 제기됐다. 전례 없는 사고에 복구 비용을 추산하기 어렵지만 최대 수백억원에 이를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씨그랜드호 측은 소송을 대비해 로펌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했다.

5일 부산시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오후 러시아 화물선 씨그랜드호(5,998t)가 광안대교 하판 10∼11번 사이 교각에 충돌해 하층 구조물이 가로 3m, 세로 3m 정도로 찢어졌다. 시는 3월 한 달간 정밀 안전진단을 하고, 그 결과에 따라 보수·보강 방안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구체적인 복구 방법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고 어느 정도까지 관련 공사를 해야 할지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며 “역대 유사한 사고 사례도 없어 현재로서는 복구비용을 추산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만약 다리를 부분이든 전부든 재가설해야 할 경우 수개월에 걸쳐 이뤄져야 하기에 부산 도심에 차량 정체 현상이 나타나는 등의 간접적인 비용까지 발생한다. 이를 합한 피해는 엄청난 규모로 증가할 수도 있다.


교량 전문가들은 “다행히 받힌 부분만 부분 보수 보강하면 큰 비용이 들진 않겠지만, 교량 내구성과 안전성에 문제가 있을 경우 문제가 달라진다”며 “안전진단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재가설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복구에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이 들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광안대교 피해 외에도 씨그랜드호가 인근에 묶여 있던 요트 등을 들이받은 사고도 있다. 이로 인해 발생한 요트 침수와 인명 피해(골절상 2명)도 선사가 보상해야 하는 부분이다.

이에 부산시는 파손 부위를 복구하는 비용을 비롯해 광안대교 통제에 따라 예상되는 교통 불편 등 직·간접 피해까지 선사 측에 보상을 청구할 것으로 전해졌다. 시는 씨그랜드호를 가압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씨그랜드호는 부산해경 등 관계기관의 조치로 출항지였던 용호부두에 강제로 입항한 상태다.

남해해경청 등에 따르면 씨그랜드호는 선주배상책임보험(P&I)에 가입했다. 이 보험은 해상 사고를 대비한 보험으로 사고당 최대한도는 2,500만달러, 한화로 약 275억원이다. 세부적인 보장 범위로는 선원은 1인당 5만달러(한화 약 5,500만원), 화물 손상은 200만달러(한화 약 22억원) 등이다. 이번과 같은 충돌 사고는 100만달러(약 11억원)까지 보장해준다. 보험 가입 사실 외에 선주 측의 사고피해 배상 능력 등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부산해경은 개인정보, 피의사실공표, 선주 측의 경제적 피해 등을 이유로 선주 측의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씨그랜드호 선주는 러시아 선박회사로, 선박 대리점은 국내 업체로 전해졌다. 선박 대리점이 선주로부터 배를 빌려 화물 노선에 운용해온 것으로 보인다. 씨그랜드호 측은 피해 복구와 배상을 둘러싼 소송전을 대비해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했다.
/박원희 인턴기자 whatamove@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