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셈법 복잡한 예보료 인하... 신뢰회복이 먼저

서민우 금융부 기자


예금보험료 인하를 둘러싸고 금융권의 셈법이 복잡하다. 올 초 박재식 저축은행중앙회 회장이 취임 일성으로 타 금융권 대비 높은 수준(예금잔액 0.4%)인 저축은행의 예보료를 인하하겠다고 밝히자 보험 업계도 “인하를 먼저 주장해온 곳은 우리”라며 동참하려는 태세다.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시중은행들은 한발 물러서 있지만 저축은행과 보험업권에서 예보료 인하가 실제로 단행되면 언제든지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상황이다.


예보료는 예금 업무를 취급하고 있는 금융기관으로부터 예금보험공사가 일정 요율의 보험료를 납입받아 적립했다가 경영 부실 등으로 금융기관이 예금을 상환할 수 없을 때 예금자의 손실을 보전해주기 위해 마련된 기금이다. 지난 1997년 IMF 환란 때 만들어졌으니 20년이 다 돼간다.

물론 금융권의 주장에는 일리가 있다. 특히 회장이 직접 나선 저축은행들의 경우 예금 규모가 시중은행보다 훨씬 작지만 예보료는 시중은행(0.08%) 대비 5배나 높다. 보험·금융투자사(0.15%)보다도 3배 더 많이 낸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로 저금리 체계가 지속되고 업황도 좋지 않은데 예보료로 들어가는 비용이 지나치게 많다는 것이다. 더욱이 저축은행을 이용했던 서민들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주범’들은 업계에서 없어진 지 오랜데 제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마디로 ‘과잉규제’라는 것이다.

보험사들의 불만도 거세다. 저축은행과 달리 큰 사고를 치지 않았는데도 보험료율은 십수 년째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실제 보험사들의 예보료 부담금(예보료+특별기여금)은 2013년 5,641억원에서 2017년 1조148억원으로 4년 사이 두 배가량 늘었다.

하지만 예보료 인하에 얽매여 있는 금융권이 놓치고 있는 사실이 하나 있다. 바로 금융권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신뢰 회복이다. 예보료를 담당하는 예금보험공사에서 예보료 인하의 반대논리로 강조하는 금융업권 간 형평성 문제는 어찌 보면 부차적인 일이다. IMF 환란 당시 시중은행들이 도산하고 2011년 저축은행 사태로 서민경제가 파탄 날 때 이들 금융권을 살려준 것은 일반 국민들이었다. “예보료를 깎아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기 전에 금융기관들이 다시는 과거와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신뢰를 국민들에게 심어주는 게 우선”이라는 한 금융당국 고위관계자의 말을 곱씹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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