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 진입은 그 자체만으로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우리나라가 인구 5,000만명 이상이면서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넘는 ‘30-50클럽’에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가입한 것은 글로벌 위상이 달라진다는 의미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모든 경제주체들의 노력이 만들어낸 결실”이라며 “3만달러 시대를 우리 경제 재도약의 기회로 삼겠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국민들이 체감하는 3만달러 시대는 한반도를 뒤덮은 미세먼지처럼 암울한 잿빛 일색이다. 우리가 박수만 치고 있기에는 대내외 경제상황이 어느 때보다 엄혹하기 때문이다.
한은이 함께 내놓은 지난해 실질 GNI 증가율은 1.0%에 그쳐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설비투자 역시 1.7%나 줄어들었다. 이 정부 들어 소득분배나 가처분소득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국민들 사이에서 3만달러 시대가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리는 이유다. 더 큰 문제는 4만달러 시대로 가는 길이 첩첩산중이라는 사실이다. 성장엔진이 식어가는데도 반시장정책은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무디스가 우리나라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1%로 끌어내리며 잠재성장률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이래서는 우리가 3만달러를 넘었다가 바로 고꾸라진 남유럽 국가들의 전철을 밟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는 우리에게 질적 성장의 대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근본적인 경제체질을 개선해 성장잠재력을 키우고 신산업 발굴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해야 한다. 시장과 괴리된 소득주도 성장에만 매달리는 정부는 물론 경제주체 모두의 환골탈태가 절실한 때다. 축포만 터뜨린다면 다시 2만달러대로 추락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