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5일 전인대 개막으로 본격적인 막을 올린 가운데 리커창 중국 총리가 전인대 개회식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중 무역 전쟁으로 경기 둔화에 직면한 중국이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6~6.5%로 낮춰 제시했다.
이는 지난해 경제성장률 목표치인 6.5%보다 하향 조정한 것으로 중속 성장을 지속하되 미·중 무역 갈등과 내수 침체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5일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 등이 참석한 가운데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13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2차 연례회의의 정부 업무보고를 통해 이런 계획을 밝혔다.
리 총리는 업무보고에서 “올해 신중국 건립 70주년을 맞아 높은 수준의 질적 성장을 추진하면서 공급 측 구조 개혁과 시장 개혁을 심화하며 대외개방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구조 조정 등을 통해 경제가 합리적인 구간에서 운영되도록 하고 취업, 금융, 대외 무역 등을 안정시켜 시장 신뢰도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리 총리는 미·중 무역분쟁을 의식한 듯 “올해 중국은 복잡한 상황에 직면해 위험과 도전이 많아 격전을 치를 각오를 단단히 다져야 한다”면서 “우리는 어려움과 도전을 이겨낼 능력이 있으며 발전하는 경제 추세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우선 중국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6~6.5%로 잡고 도시 신규 취업자 수를 1천100만 명 늘리며 도시 조사 실업률은 5.5%,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 정도에서 관리하기로 했다.
또한, 에너지 소비량을 3%가량 줄여 생태 환경을 개선하고 농촌 빈곤 인구를 1천만명 이상 줄이기로 했다.
이를 위해 중국은 적극적인 재정 정책과 온건한 통화정책을 지속해서 실행하기로 했다.
재정적자 목표치는 작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2.6%에서 올해는 2.8%로 높여 2조7천600억 위안(한화 463조원)으로 잡았다.
이는 경기 하방 압력에 맞춰 재정 지출을 늘려 경기 부양에 나서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올해 소비자 물가상승률 수준은 3% 정도로 유지할 계획이다.
중국은 올해 적극적인 재정 정책과 온건한 통화정책을 펼치되 강력한 단기부양책은 구사하지 않기로 했다.
실업 문제 또한 심각하다는 판단 아래 취업을 올해 핵심정책으로 올려놓고 고용 안정에 힘쓰기로 했다.
리 총리는 “중국이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큰 개발도상국이라는 데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면서 “국제와 국내라는 두 가지 시장을 잘 활용해 과감하게 도전에 대응하고 위기를 기회를 바꿔 발전의 주도권을 장악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중국은 ‘군사 굴기’를 위해 올해에도 국방예산을 7.5% 증액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해 8.1% 증액보다는 적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평가다.
이는 항공모함 증강 등 각종 최신 군 장비 도입과 첨단 시설 개량 등을 통해 미국에 맞설 수 있는 군사력 확충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올해 전인대 업무보고의 특징을 불확실한 경제전망, 대규모 감세, 건강보험 확대 및 의약품 감독 강화, 국방예산 증액, ‘중국제조 2025’의 실종, 부채 확대 정책 등 6가지로 제시했다.
특히 리커창 총리가 중국 정부의 첨단산업 육성 정책인 ‘중국제조 2025’를 언급하지 않고 “강력한 제조업 국가를 건설하고, 기초산업 발전과 기술 혁신에 힘쓸 것”이라고만 발언한 것에 주목했다.
‘중국제조 2025’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에서 핵심 쟁점 중 하나로, 무역 전쟁의 종식을 바라는 중국이 미국을 의식해 전인대에서 이에 대한 언급을 의도적으로 피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기업 의욕을 고취하기 위해 발표된 감세안에 따르면 제조업체의 부가가치세율은 3%포인트 인하돼 13%로 낮아지며, 건설·운수업체의 부가가치세율은 1%포인트 인하된 9%로 낮아졌다.
고용주가 부담해야 할 종업원 연금 부담금도 낮아졌으며, 기업용 전기료와 인터넷 사용료, 통신료 등이 10∼20% 인하됐다.
주요 질병의 의료비를 국가가 지원해 주는 비율은 기존 50%에서 60%로 높아졌다. 고령화에 대비해 요양시설을 대폭 확충하고, ‘불량 백신’ 스캔들의 재발을 막기 위해 의약품에 대한 감독과 처벌을 강화하기로 했다.
지난해 중국 제약기업 ‘창춘창성(長生) 바이오테크놀로지’와 ‘우한생물제품연구소’는 불량 DPT(디프테리아·백일해·파상풍) 백신 등을 대량으로 판매했다가 적발돼 중국에서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김호경기자 khk010@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