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세포 활동성(녹색)과 염색체 활동성(빨간색) 영상 캡쳐. /David Zada, 바르일란대학교
사람 등 동물은 잠을 통해 깨어있을 때 손상된 DNA를 정상화한다는 연구가 나왔다. 잠을 잘 때 신경세포의 핵 안에 있는 염색체 활동이 증가하며 낮에 손상됐던 DNA를 수리해 정상으로 되돌린다는 것이다.
이스라엘 바르일란대학교(BIU) 리오르 아펠바움 교수팀은 타임랩스(time-lapse) 영상 기법을 통해 실험용 제브라피시의 신경세포 내부변화를 지속적으로 관찰한 결과를 6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게재했다.
파리나 벌레, 해파리 같은 무척추동물을 포함해 신경계를 가진 모든 동물은 잠을 자는 동안 천적의 공격에 노출된다. 오랫동안 잠을 못 자면 치명적인 결과가 초래되고 수면장애는 다양한 뇌기능 저하와 관련돼 있다. 하지만 잠이 세포 단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3차원(3D) 타임랩스 영상이라는 새로운 기술을 이용해 제브라피시의 신경세포 핵 안에 있는 염색체가 깨어있을 때와 잠자는 동안 변화를 관찰했다. 그 결과 제브라피시가 잠잘 때 신경세포의 활동성은 깨어있을 때의 반으로 감소하는 반면 신경세포 내 염색체 활동성은 2배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신경세포 내 염색체 활동성이 증가한 것은 깨어있을 때 DNA 이중나선(염색체를 구성)에 축적된 손상이 수리되는 데 필수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DNA 손상은 방사선이나 산화스트레스는 물론 신경세포 활동 자체에 의해서도 일어나는데 잠을 통해 개별 세포 내의 DNA 수리 시스템이 작동한다는 것이다.
아펠바움 교수는 “차량 운행이 많은 낮에 도로가 손상되면 차량 운행이 적은 밤에 보수하는 게 편하고 효율적이다. 신경세포 내 DNA 손상을 수리하기 좋은 시간도 역시 신경세포 활동이 감소하는 잠잘 때”라며 “모든 동물은 신경세포가 DNA 건강을 효과적으로 유지하도록 잠을 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수면의 중요성이 과학적으로 증명되면서 사라 C. 메드닉 미국 캘리포니아대 심리학과 교수와 영국의 윈스턴 처칠 전 총리 등 낮잠 예찬론들의 주장도 주목된다. 메드닉 교수는 “낮잠을 자면 조심성이 늘어나고 정확성이 개선된다. 업무 속도가 빨라지고 실수도 줄어든다. 의사결정이 활발해진다”며 휴식을 취해야 크고 작은 결정을 내릴 때 판단력이 개선된다고 설명했다. 낮잠을 자면 창조성이 증진되고 건강도 좋아진다는 것이다. 처칠 전 총리도 “낮에 잠을 잔다고 일을 덜 한다고 생각하면 안된다. 상상력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사람들이나 그런 생각을 한다”고 일갈한 바 있다.
조영탁 휴넷 대표는 ‘행복한 경영이야기’를 통해 “20분 정도 낮잠을 자면 30% 가까이 생산성이 올라간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며 “”낮잠은 눈치 볼 일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장려되어야 할 일”이라고 밝혔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단일 신경세포(흰색 점선 안 빨간색)내 염색체 활동성(녹색)영상 캡쳐. /David Zada, 바르일란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