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김학의 사건' 수사 당시 검찰이 방해했다"

디지털증거 3만여건 모두 제출
당시 검찰 지휘받아 기록 송치
경찰이 신청한 영장 10여건 반려
"경찰수사 흠집내기" 입장 내놔
檢 "미송치 경위 설명부터" 반박

지난 2013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별장 성접대 의혹 수사 당시 경찰청 청사 내부 전경./연합뉴스

경찰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접대 의혹’과 관련해 “디지털 증거 3만여건을 누락했다”는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의 발표에 대해 “경찰수사 흠집내기”라며 공식입장을 밝혔다.

당시 수사를 담당한 경찰청 특수수사과 관계자는 6일 긴급 브리핑을 통해 “검찰의 태도 때문에 당시 수사에 참여했던 직원들의 자존심과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대검 진상조사단은 지난 4일 경찰이 김 전 차관 관련 사건을 수사하면서 확보한 동영상, 사진 등 디지털 증거 3만여건을 검찰에 보내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조사단은 지난달 28일 경찰청에 진상파악과 누락된 3만여건의 자료를 제출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수사팀 관계자는 이날 “조사단이 누락했다고 밝힌 증거자료 3만여건 중 건설업자 윤중천씨 노트북 메모리 등에서 복구한 1만6,000여개 파일은 모두 윤씨의 아들과 딸이 사용한 기록으로 이번 사건과 전혀 관련이 없어 검찰 지휘를 받아 삭제·폐기 조치했다”며 “당시 그러한 내용이 송치기록에 상세한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나머지 윤씨의 친적 등으로부터 제출받아 압수한 휴대전화와 노트북 등에서 확보한 1만4,000여개의 파일은 사건기록과 함께 CD에 담아 전부 송치했다”고 반박했다.


수사팀 관계자는 “이후에 검찰에서 관리를 잘못해 (증거물을)분실했거나 당사자에게 돌려주는 건 경찰 소관 업무가 아니다”라며 “당시 파일이 손상됐거나 경찰이 증거를 보내지 않았다면 문제를 삼는 게 맞는데, 이제 와서 이야기하는 것은 조사단이 출범 이후 성과가 없어 경찰을 상대로 물타기를 하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맹비난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연합뉴스

일각에서 제기된 청와대로부터 압박을 받아 경찰이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당시 뇌물죄 공소시효가 몇 개월 남지 않은 상태에서 수사에 착수한 상황이었다”며 “사실관계에 좀 더 부합하는 상습강요 및 특수강간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고, 뇌물 혐의와 관련된 수사기록도 송치기록에 전부 첨부했을 정도로 짧은 기간 중에 수사에 최선을 다했다. 외압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당시 검찰이 수사를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사건을 방해한 건 검찰이었다”며 “3~4개월 수사기간 중 출국금지, 체포영장, 구속영장 등 검찰단계에서 기각된 영장만 10건이 넘는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민감한 사안이었기 때문에 수사관들이 작은 증거 하나라도 범죄와 관련이 있으면 (검찰로)보내려고 했지 증거물을 누락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며 “당시에 유죄 입증이 충분하다고 생각했고, 지금도 같은 생각”이라는 입장도 전했다.

앞서 경찰은 2013년 6월 김 전 차관이 강원도 원주 소재의 한 별장에서 건설업자 윤씨로부터 성접대를 받았다는 의혹과 관련해 수사를 벌여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하지만 검찰이 무혐의로 사건을 종결하면서 은폐·축소의혹이 일었다. 김 전 차관은 임명 6일 만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에 대해 검찰 과거사 진상조사단 관계자는 “검찰이 수사의 주재자로서 경찰의 기초수사에 대해 지휘책임을 다했는지 규명하기 위해서는 경찰이 확보한 동영상 등 디지털 증거 복제본의 미송치 경위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포렌식 절차를 통해 확보한 파일을 경찰이 임의로 송치하지 않은 것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며 “관련 수사보고에도 관련성이 없다고만 하고 (미송치) 근거를 적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한 “경찰은 성접대 여성들에 대한 포렌식 자료는 본건 혐의와 무관한 파일도 전부 송치했는데, 정작 별장 동영상과 직접 관련된 윤중천 등에 대한 포렌식 자료는 송치를 누락했다”고 반박했다. /최성욱·오지현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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