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도 쓰레기 수거 데이터로 더 효율적이고 스마트하게 쓰레기를 처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쓰레기 수거관리 플랫폼 기업인 이큐브랩의 권순범(31·사진) 대표는 종종 쓰레기로 넘쳐 보기 흉한 도심의 쓰레기통 문제는 환경미화원이나 사업자의 탓이 아니라 수거 시스템에 원인이 있다고 단언한다. 권 대표는 최근 서울 연세대에서 한국연구재단이 주관한 ‘실험실창업 페스티벌’ 강연 후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현재의 지방자치단체가 수거사업자에게 한 구역을 맡기는 방식에서는 업체들이 변화를 선택하기 어렵다”며 “선진국처럼 여러 민간사업자가 참여해 쓰레기 수거 솔루션을 주도적으로 도입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큐브랩은 태양열 압축 쓰레기통과 함께 기존의 쓰레기통에 센서를 달아 도시 전체의 실시간 쓰레기 발생 데이터를 기반으로 최적의 수거차량 동선을 알려주는 솔루션을 제공한다. 해외 매출이 전체의 95%에 달한다. 나라가 넓고 비교적 인건비가 높은 곳이 타깃이다. 미국·독일·중국 등에 지사를 두고 40여개국에 솔루션을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초 미국 볼티모어시의 약 160억원 규모의 스마트시티 프로젝트 사업권을 따내기도 했다.
권 대표는 “광대한 지역에서도 쓰레기 데이터로 수거차량을 적절히 배차해 유지비와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이큐브랩은 서울 서대문·관악구, 경기 고양시 등에 압축 쓰레기통과 수거 시스템을 구축했지만 전국적인 보급은 더디다. 우리나라는 쓰레기 수거가 해외에 비해 비교적 양호하다고 평가한 그는 “지자체가 주도하는 조달시장에 새로운 솔루션으로 진입이 쉽지 않아 해외시장에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 대표는 원래 태양광 에너지로 쓰레기를 주기적으로 눌러주는 쓰레기통을 개발해 주목받았다. 연세대 공대에 재학 중이던 지난 2011년 길거리에 넘치는 쓰레기통 문제를 해결하자는 생각으로 친구들과 창업했다. 압축 쓰레기통 개발 과정에서 그가 실제 현장을 돌며 깨달은 것은 수거 시스템의 비효율성이었다. 다 차지도 않아 수거할 필요가 없는 쓰레기통을 찾아가는 인력과 비용의 낭비가 크다는 것이다. 권 대표는 데이터 중심의 수거 솔루션 개발로 무게중심을 옮겼다.
그는 “쓰레기통과 데이터 기반 솔루션이 현재 각각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며 “압축 쓰레기통은 매출이 일회성에 그치지만 수거 솔루션은 매달 매출이 누적돼 앞으로 소프트웨어의 비중이 훨씬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러 업체가 경쟁적으로 쓰레기를 수거할 수 있는 솔루션도 하반기 미국시장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그는 “쓰레기 수거가 필요한 곳과 수거 업체를 실시간으로 연결하는 ‘쓰레기 우버’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4차산업혁명위원회 스마트시티 특별위원인 그는 “스마트시티에서 쓰레기 수거 시스템은 환경 영역의 중요한 솔루션이 될 것”이라며 “우리나라도 민간사업자에게 기회를 넓혀준다면 쓰레기 수거의 효율이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현욱기자 hw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