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사례는 지난 2007년 독일 베를린에서 급성 백혈병 치료를 위해 조혈모세포 이식을 받은 미국인 남성 티머시 레이 브라운. 그는 이식 전 자신의 조혈모세포를 죽이기 위해 항암화학요법과 전신방사선 치료를 받았다. 현재 백혈병·에이즈 징후는 없고 에이즈 치료제(항레트로바이러스 약물)도 복용하지 않는다.
두 번째 사례는 2012년 호지킨림프종에 걸린 에이즈 환자인 영국인 남성. 2016년 에이즈를 일으키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 저항성을 가진 사람의 조혈모세포를 이식받았다. 브라운과 달리 전신방사선 치료 없이 표적항암제와 항암화학요법만 받았다.
인간면역세포(파란색)를 감염시키는 에이즈 바이러스(노란색). /사진제공=미국 국립보건원(NIH)
HIV는 면역기능을 하는 백혈구 표면의 수용체(CCR5)와 결합해 백혈구를 공격한다. 하지만 유럽계 백인 100명 중 1명은 CCR5 유전자의 2개 부위가 돌연변이로 결실(CCR5Δ32/Δ32)돼 HIV에 감염되지 않는다. 이런 돌연변이를 가진 기증자의 조혈모세포를 이식받은 환자는 혈액에서 HIV가 검출되지 않아 16개월 후 에이즈 약 복용을 중단했다. 이후 18개월이 넘도록 그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
지난 5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관련 논문을 발표한 라빈드라 굽타 영국 UCL대학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아직 에이즈가 완치됐다고 말할 단계는 아니다”라면서도 “언젠가 에이즈를 완치할 수 있으리라는 과학자들의 생각이 입증된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영국인 환자는 (전신방사선 치료를 받았던) 브라운보다 덜 공격적인 치료를 받았다”며 “심각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는 공격적 치료가 줄기세포 이식 성공에 필수적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종류의 치료법은 암을 동반하지 않아 골수이식을 받을 필요가 없는 대부분의 에이즈 환자에게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브라운을 치료했고 지금은 줄기세포 회사 셀렉스(독일 드레스덴)의 의료책임자인 게로 휘터 박사는 “CCR5를 표적으로 한 (CCR5 발현을 억제하는) 유전자치료법 등을 개발하면 훨씬 광범위한 에이즈 환자를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진정한 돌파구는 아직 열려 있다”고 말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