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유가족 지원은] 우울증 7배·자살위험 8배 높은데…140만원 심리 치료뿐

[기획] 삶에 사표던지는 아버지들.
(중)자살유가족은 가해자가 아니다.
자살시도자·가족 합하면 200만명
정부 예방대책·사회 돌봄은 미미
생계지원은 올 상반기 한시 적용
유가족 소통모임도 극소수만 참여

우리나라의 지난해 자살 사망자 규모는 1만2,463명, 지난 10년간 누적 자살 사망자 수는 14만1,233명에 달한다. 특히 세계보건기구(WHO)는 자살자 1명당 평균 5~10명의 유가족이 발생한다고 추정하고 있는 만큼 국내 자살 유가족들은 자살자 한 사람당 7명만 계산해도 98만8,631명에 달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지난 5년간 자살 시도자 수만도 13만2,401명에 달해 역시 시도자 한 명당 7명의 가족(92만6,807명)을 감안할 경우 전체 191만명에 달할 정도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자살 유가족은 일반인에 비해 우울증은 7배, 자살 위험은 8.3배 이상 높다. 자살 시도자의 자살 위험은 일반인 대비 20배다. 사회의 돌봄이나 정부의 자살 예방 대책이 이들에게 집중돼야 할 이유다. 하지만 정부 차원의 지원은 미미하다.

먼저 유가족들은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비와 심리검사비·심리상담비 등을 합해 1인당 총 140만원 한도 내에서 치료비를 지원받는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을 통해 자녀 학자금도 지원받을 수 있다.


올해부터 긴급복지지원제도를 통해 경제지원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조건이 까다롭고 올 상반기 6개월 한시적으로 시범운영되고 있다. 가장의 죽음으로 인해 가정 소득이 일정 기준을 밑돌 경우 119만4,900원(4인 가족 기준)을 지원받을 수 있다. 하지만 주택을 포함한 재산이 대도시의 경우 1억8,800만원, 중소도시 1억1,800만원을 웃돌면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특히 기준을 통과하더라도 최대 6개월만 긴급 경제지원을 받을 수 있다. 결국 대도시·중소도시를 불문하고 조그만 집 한 채라도 있으면 아무런 경제적 지원도 받지 못한 채 경제적으로 추락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이러한 긴급 경제지원조차 6개월 시범운영 중이어서 이 기간이 끝나면 이조차 없어질 가능성도 있다.

지난 1월에 개정된 ‘자살예방법(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 개정안에도 유가족에 대한 지원 확대 내용은 빠져 있다. 오직 각 시도에 설치된 자살예방센터의 업무 중 하나로 유가족 지원이라는 서비스 항목만을 추가하는 데 그쳤다.

그나마 유가족들에게 큰 힘이 되는 것이 유가족 모임이다. 동병상련(同病相憐)으로 어디서도 나눌 수 없는 속에 있는 얘기를 꺼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임은 한 달에 한두 차례 모이는데다 자살예방센터가 주최하는 유가족 모임에 참여하는 인원도 회당 불과 10여명 안팎에 머물고 있다. 복지부가 파악하고 있는 전국 자살예방센터가 주최하는 유가족들만의 모임인 자조 모임 그룹은 31개로 하나의 자조 모임에 매월 10여명의 유가족이 참여한다면 300여명 수준이다. 결국 100만명에 육박하는 자살 유가족 중 극소수만이 자조 모임에 참여하는 상황이다. 그 외 대부분의 유가족들은 스스로를 사회에서 격리시킨 채 고인에 대한 죄책감과 사회에 대한 분노를 홀로 다스리고 있는 형편이다.

서울시 자살예방센터가 주최하는 유가족 모임인 자작나무회에 참석하는 전복희씨는 “한 달에 한두 번 나와서 유가족이 어떤 회복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 답답하다”며 “누군가가 자책감에 괴로워하는 유가족에게 손을 내민다면 고통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바로 유가족 모임이 치유의 사실상 전부이자 마지막”이라고 정부의 안일한 대책에 아쉬움을 표했다.
/탐사기획팀=김상용기자 kim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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