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을 요구한 경기도의 한 미망인 C씨. 남편을 떠나보낸 뒤 평소와 다름없이 아이들을 학교에 보낸 뒤 관리비청구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30평 아파트의 관리비가 26만원 남짓 나온 것을 보고 남편의 수입 없이 스스로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앞섰다.
곧바로 건강보험공단에 문의하니 남편의 직장 보험에서 지역 의료보험으로 옮겨져 19만4,800원을 납부해야 한다는 안내를 듣고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남편이 남겨준 5억원 규모의 아파트 한 채와 5년 된 2,000㏄ 자동차 등으로 산정된 보험료다.
C씨는 “건강보험료라도 아끼기 위해 자동차와 집을 팔고 전세로 옮겨야 할지가 가장 첫 번째로 겪은 고민이었다”며 “하지만 남편이 남겨준 집인데 이 집을 팔고 나면 두 번 다시 지금 살고 있는 집에는 돌아올 수 없을 것 같아 결국 아파트 매매를 보류했다”고 전했다.
가장의 죽음으로 남겨진 미망인들은 생활비와 의료보험료라는 경제적 부담, 남편 부재로 인한 정신적 고통, 자녀 교육 등으로 3중고, 4중고를 겪고 있다.
전남지역의 미망인 D씨는 “남편 없이 생계를 책임져야 하지만 경력단절여성으로서는 벌이에 한계가 분명히 있다”며 “남은 재산을 빼서 아이들 교육비와 생활비로 써야 하는데 먹고살기 위해 아들을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특성화고에 보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만약 도움을 주고 싶다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자살 유가족들이 앞으로 정부 도움이 아니라 세금을 내고 살 수 있도록 버팀목이 될 수 있는 정책을 펼쳐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며 “의료보험비 20만원이 적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급격하게 수입이 줄어든 유가족들에게 1년 또는 2년이라도 한시적으로 의료보험비만이라도 면제해준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대한민국 정부는 대체 우리에게 무엇을 해줬나”라면서 “우리같이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에게 집중해서 세금 내는 국민으로 남게 해줘야 한다. 우리가 더 가난해지면 정부 지원에 의존해 세금만 축내는 국민으로 남을 수 있다”고 정부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부가 일정 소득 수준 아래로 내려간 자살 유가족에게 생활비 등을 지원하지만 문턱이 높아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김상용기자 kim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