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북미회담은 양국 간에 분명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미국이 핵과 생화학무기를 포함한 대량살상무기(WMD)의 전면폐기를 요구했지만 북한은 이에 응하지 않고 핵심 대북제재부터 풀어줄 것을 요구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북한 비핵화 조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경제제재 완화부터 거론하는 것은 북미 사이를 중재하기는커녕 되레 사태를 꼬이게 할 뿐이다. 우리 정부가 앞장서 대북제재를 흔들며 엇박자를 내면 북핵 협상은 물론 한미동맹에도 큰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무엇보다 북한이 도발을 멈추고 협상장으로 나온 것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통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그러잖아도 북핵은 최종 해결까지 오랜 시일이 걸리는 사안이다. 한미가 똘똘 뭉쳐도 어려울 판에 정책 엇박자로 에너지를 낭비해서야 되겠는가.
지금 정부는 남북관계 강화가 아니라 국제공조를 통해 완전한 북한 비핵화를 달성하는 데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둬야 한다. 남북협력은 비핵화가 이뤄진 뒤에 해도 늦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