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국회의장이 7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67회 임시회 개회식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대 국회에 1만8,332개의 법안이 제출됐는데 현재 1만2,761개가 계류 중입니다. 계류 중인 법안의 73%에 달하는 9,305개는 아직 법안심사소위에서조차 다뤄지지 않았습니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7일 국회에서 열린 3월 임시국회 개회사를 통해 “국회가 일하는 국회로 거듭나야 한다”며 자성을 촉구했다. 그는 “이대로라면 임기만료 폐기법안이 대량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는 국회 전체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주요 요인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본지 3월7일자 8면 참조
그동안 ‘세비만 축내며 놀고먹는다’는 여론의 따가운 질책을 받아왔던 국회가 문 의장의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일하는 국회로 다시 태어나 매달 국회를 여는 ‘상시국회’ 체제로의 전환을 추진한다. 아울러 외부에 공개조차 되지 않아 ‘쪽지예산’의 산실로 지목됐던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소위를 아예 구성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상임위원회 위원을 선임할 때 제척·회피제도를 도입해 국회의원의 이해충돌을 막는 방안을 추진한다. 하지만 이들 방안이 실제로 이행될지는 미지수다. 조치 중 상당수가 법 개정을 해야 국회 스스로와 국회의원들에 강제할 수 있는데 과연 의원들이 법 개정에 나설지 여부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문 의장 직속 국회혁신자문위원회는 이날 임시국회 개회 직전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권고사항을 발표했다.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은 “국회가 자문위의 권고를 대폭 수용해 일하는 국회, 투명한 국회, 신뢰받는 국회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권고안은 우선 정기회 회기를 제외한 기간에는 매달 1일(12월에는 10일) 임시국회를 열도록 하고 있다. 현행 국회법상 2·4·6·8월에 임시국회를 열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여야 대립으로 파행이 일상화되면서 법안 심의 등 의정활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식물국회’라는 비판이 수시로 제기됐다.
자문위는 또 쪽지예산을 근절하기 위해 국회법 개정을 통해 국회 예결위 소위원회의 비공개를 엄격히 제한하도록 했다. 아울러 소위원회가 아닌 소소위 등이 예산 증감을 심사·결정하지 않도록 권고했다. 그간 예결위 간사들만 참여하는 소소위는 속기록을 공개하지 않아 ‘깜깜이 심사’의 주범으로 지적됐다.
국회는 손혜원 의원의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불거진 국회의원의 이해충돌 문제와 관련해서도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이해충돌의 소지가 있는 의원들은 해당 상임위 위원으로 선임하지 않도록 하고 외부인사로 구성된 의장 직속 심의기구를 신설해 이해충돌 여부를 판정하기로 했다.
문 의장과 유 사무총장은 제도 및 시스템 개선의 강력한 의지를 피력했지만 국회가 실제 바뀔지는 미지수다. 상당수가 이행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라는 관문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과거 자문위가 권고했던 ‘상임위 활동 강화’와 ‘의원외교 체계화’ 등의 내용을 담은 법 개정안은 현재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국회 관계자는 “임시국회도 3월이나 돼서 열렸다”며 “상시국회가 도입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소소위 금지 등에 대해서는 “의원들이 스스로의 목에 방울을 달겠느냐”고 말했다. /임지훈기자 jhl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