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부자'들의 리그 된 부동산

대출 규제에도 자금 앞세워
값 떨어진 강남권 매물 매입
새 아파트 잔여가구 청약도
거래절벽 심화 주택시장 주도


올 들어 거래가 한 건도 안 된 단지가 나올 정도로 주택시장이 얼어 붙은 가운데 ‘현금 부자’ 들만 눈에 띄고 있다. 자금력을 갖춘 이들은 강남권에서 수억 원 내린 ‘급급매’ 아파트를 사들이는가 하면, 청약통장 없이 추첨으로 당첨자를 가리는 새 아파트 잔여 가구 청약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강력한 대출규제로 실수요자들은 사고 싶어도 엄두를 못 내는 가운데, 자금 여력을 갖춘 일부 계층이 부동산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상태다.

7일 일선 중개업소에 따르면 대출이 막히다 보니 실수요자들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전용 59㎡ 이하 매물만 찾고 있다. 반면 대출이 필요 없는 현금 부자들은 가격이 많이 떨어진 중대형 급급매 매물을 사들이고 있다.

현재 주택시장은 전국적으로 거래절벽이 더 심화 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부 급매 위주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상태다. 이 같은 급매 거래의 적지 않은 수가 현금 동원력을 갖춘 계층으로 일선 중개업소는 보고 있다. 특히 이들 현금 부자들은 강남구 삼성동 일대와 압구정동 일대의 저가나 급매물에 관심을 두고 있는 상태다. 모 부동산 전문가는 “현금 20~30억 원으로 투자할 물건을 찾는 문의가 적지 않다”며 “현금이 있다 보니 미래 가치를 보고 지금 구입에 나서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세무조사를 우려해 일부러 대출을 받는 사례도 있다. 서초구 잠원동 A공인 대표는 “요즘 워낙 세무조사를 강력하게 하고 있기 때문에 좀 걱정되는 부분이 있으신 고객한테는 거래를 권하지 않을 정도”라면서 “세무조사를 피하기 위해 현금 여력이 있는데도 일부러 아파트값의 30~40% 정도 대출을 끼고 거래하는 이들도 봤다”고 밝혔다.

청약 가점과 상관없이 추첨으로 당첨자를 뽑는 잔여 가구 모집은 현금 부자들의 전유물이 되어 가고 있다. 잔여 가구 추첨은 통장도 필요 없는 데다 돈만 있으면 추첨으로 분양 받을 수 있어서다.

실제 지난달 9일 서울 동대문구 ‘e편한세상 청계센트럴포레’ 잔여물량 90가구 추첨엔 3,000여명이 몰렸다. 같은 달 15일 잔여 가구를 모집한 대구 ‘남산 자이하늘채’도 44가구 모집에 2만 6,649건이 접수됐다. 건설업계에선 일반 1순위 청약경쟁률이 무의미해졌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일부 건설사는 잔여 가구를 겨냥한 별도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거래가 줄기는 했으나 이미 꼬마빌딩은 현금 부자들의 놀이터가 됐다. 규제로 이제는 대출 받아서 사는 것이 더더욱 힘들어 졌기 때문이다. 강남구 신사동의 A공인중개사 대표는 “가로수길의 30억~50억원대 꼬마빌딩에 대한 문의가 많다”면서 “이미 강남권 자산가들은 다주택자인데다 양도소득세 부담이 커서 상업용부동산에 관심을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A컨설팅 업체 관계자는 “대출이 막히면서 10억 ~ 30억 원대 꼬마빌딩도 현금 부자가 아니면 넘볼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이주원기자 joowonmai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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