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녹십자엠에스의 안구용 의료기기 ‘아이안’
역대 최악의 미세먼지가 이어지고 있다. 미세먼지는 유해물질을 머금고 대기 중에 머물러 있다 피부나 호흡기 등을 거쳐 혈관 속을 돌아다니며 중금속 등을 온 몸으로 퍼뜨린다. 이 때문에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미세먼지를 1군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미세먼지를 피하기 위한 마스크와 공기청정기 구매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미세먼지가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이색 제품들의 인기도 폭발적이다.
메이클린의 ‘코비스탑’
7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동국제약은 황사마스크는 올해 1~2월 두 달 동안 판매량이 급증하며 벌써 지난해 연간 매출을 달성했다. 지난해 매출이 약 20억원으로 집계되는데, 올해는 연초에 판매량이 몰리면서 벌써 지난해 전체 매출에 육박하고 있다는 게 동국제약 측의 설명이다. 일동제약의 ‘푸른숲 마스크’ 역시 전년 대비 20% 판매 증가율을 보였으며, 생활용품업체 아성다이소는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4일까지 마스크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 전년 동기간 대비 460% 급증했다고 밝혔다.
안구건조증 치료제 시장도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안구건조증 시장 규모는 2015년 1,300억원 수준에서 지난해 2,000억원 규모로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 세계적으로도 미세먼지 뿐 아니라 잦은 스마트폰 사용 등으로 안구건조증 치료제 시장이 2024년 5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돼 국내 업체들의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대표적인 물질이 점안액(인공눈물)이다. JW중외제약의 인공눈물 ‘프렌즈’는 2010년 출시 이후 지난해 4·4분기 분기기준 처음으로 매출 10억원을 돌파했다. 휴온스의 ‘클레이셔’ 역시 연평균 30%의 매출증가를 보이고 있다.
엔씨바이오의 피부용 의료기기 ‘유티아’
올 초에는 샤이어의 안구건조증 신약 ‘자이드라’도 식약처로부터 품목허가를 받기도 했다. 인공눈물이 아닌 건조증 자체를 치료하는 의약품은 전 세계에 앨러간의 ‘레스타시스’와 샤이어의 ‘자이드라’, 산텐의 ‘디쿠아스’ 세 종 뿐이다. 이에 따라 국내 바이오벤처도 안구건조증 신약 개발에 나섰다. 지트리비앤티는 최근 안구건조증 치료제 신약 ‘RGN-259’의 미국 임상 3상 수행을 위한 계약을 미국 안과전문 임상수탁기관 오라와 체결했다. 한올바이오파마가 개발 중인 안구건조증 치료제 ‘HL036’도 이달 미국 임상 3상에 돌입한다.
미세먼지로 겪는고통을 최소화하는 이색 의료기기들도 등장했다. GC녹십자엠에스의 제품 ‘아이안’은 의료용 자석 패드가 안구 혈액과 눈물 흐름을 원활하게 해준다. GC녹십자 관계자는 “아이안의 지난해 매출이 전년도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바이오벤처 뉴아인은 미세전류를 활용해 약물로 해결되지 않는 안구건조 증상을 해결하고, 루트로닉은 펄스광선을 조사해 마이봄샘을 자극하는 ‘솔라리’를 개발하고 있다.
콧속을 세척하는 의료기기도 인기다. 메이클린의 ‘코비스탑’은 콧속 점막 세포에 저출력레이저를 직접 쏴 비염과 코막힘 등의 증상을 완화한다. 코비스탑을 판매하고 있는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1회 방송 평균 주문수가 1,000건 이상 돌파했다”며 “이 같은 주문량은 탈모치료용 의료기기에서나 볼 수 있었던 높은 수치”라고 설명했다. 이 외에 코세척 의료기기 레스피머 역시 미세먼지가 극성을 부리던 최근 3년간 매출이 3배로 늘었다.
퓨메딕의 의료기기 ‘네블라이저’
이비인후과에서 주로 사용하던 네블라이저(연무기) 에 관심을 갖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네블라이저는 액체 형태의 약물을 잘게 쪼개 미세한 입자로 만드는 의료기기다. 가정용 의료기기 전문업체 퓨메딕과 한국오므론헬스케어 역시 가정용 네블라이저를 개발했다. 관계자는 아기가 있는 가정에서 특히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고 귀띔했다.
피부용 의료기기 업체도 대목을 맞았다. 미세먼지는 입자의 크기가 매우 작아 호흡기 뿐 아니라 피부로도 체내에 침투할 수 있다. 바이오벤처 엔씨바이오, 피토스 등이 미세먼지로 오염된 피부를 세척하는 제품을 내놓고 있다.
/우영탁기자 ta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