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파란 하늘이 보이는데, 미세먼지 앱 화면은 새까만 색이었죠. 이게 어찌된 일일까요? 오늘 ‘썸_레터’는 앱마다 다른 미세먼지 정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에 대해 친절히 설명해드리겠습니다.
■ ‘최악’이냐, ‘미세먼지 걱정 끝!’이냐...
인턴기자와 함께 각자 스마트폰에 미세먼지 앱을 여러 개 설치했습니다. 구글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 다운로드 수나 추천 수가 많은 앱들입니다. 에어비주얼, 미세미세, 우리동네대기정보, 원기날씨, 에어맵코리아, 케이웨더날씨, 웨더퐁, 하이날씨, 오늘날씨, PM10을 설치했습니다.(순서는 인기도와 관계 없습니다) 이와 함께 국내 포털사이트인 네이버와 글로벌 검색사이트 구글에서의 정보도 확인했습니다. 모두 7일 오후 1시 기준입니다.
아니나다를까, 각 앱과 포털사이트마다 보여지는 정보가 달랐습니다. 먼저 구글은 통합대기수치 154로 빨간색 표시와 함께 ‘해로움’을 나타낸 반면 네이버는 85로 ‘보통’ 수준입니다. 구글은 “장시간 무리한 실외활동을 자제하고 민감군은 실내활동으로 전환하라”고 권고했지만 네이버는 녹색 화면만 나올 뿐 별다른 안내는 없습니다.
이번엔 500만 다운로드 수(안드로이드 기준)를 기록한 ‘원기날씨’ 앱입니다. 노란 글씨의 ‘나쁨’ 표시와 함께 “외출할 때 마스크를 꼭 챙기세요!”라는 주의사항이 나옵니다. ‘미세미세’도 통합대기지수 없이 다홍색 화면 ‘나쁨’ 표시가, ‘오늘날씨’ 역시 ‘나쁨’ 표시와 함께 “외출시 황사마스크를 착용하세요!”라는 문구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100만 다운로드 수의 ‘에어비주얼’ 앱을 켜봅니다. AQI(미국 환경보호국) 수치 107로, 주황색 그래픽으로 경고를 나타냅니다. 미세먼지 56㎍/㎥, 초미세먼지 38㎍/㎥로 “민감한 사람에게 나쁘다”고 알려주네요. ‘에어맵코리아’는 새까만 그래픽과 함께 ‘최악’이라는 경고를 띄웠습니다. 초미세먼지 78㎍/㎥을 기록했습니다. 미세먼지도 97㎍/㎥로 ‘나쁨’ 수준을 보이고 있죠.
반면 ‘우리동네대기정보(에어코리아)’는 통합대기지수(CAI) 상 87로 ‘보통’ 수준이며 “오늘은 미세먼지 걱정 끝! 외출하기 좋은 날이네요”라는 말을 전합니다. 미세먼지는 44㎍/㎥(보통), 초미세먼지는 36㎍/㎥(나쁨) 수준으로 다른 앱과 동일한 자료인데 말이죠. 참고로 이 앱은 환경부 한국환경공단이 제공했습니다.
‘웨더퐁’이라는 앱을 볼까요. 100만 다운로드 수의 인기앱이네요.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수치 둘 다 보통 수준으로 “미세먼지 영향이 거의 없고 파란하늘을 볼 수 있다”는 안내가 뜹니다. 한걸음 더 들어가봤습니다. ‘보통’으로 표시된 초미세먼지 수치는 36㎍/㎥입니다. 이는 웨더퐁이 채택하고 있는 한국환경공단 기준으로 ‘나쁨(36~75)’ 수준에 해당하는 수치였습니다. ‘케이웨더(무료버전)’ 역시 ‘보통’ 수준임을 알려주며 녹색 캐릭터가 방긋 웃고 있네요.
이대로 나가면 괜찮은 걸까...? / 미세먼지 앱 화면 캡처
대기 상황이 나아진(?) 7일 오후 서울 하늘 / 연합뉴스
■ 미세먼지 정보, 앱마다 왜 다를까?
각 앱마다 정보가 다른 이유는 각각 측정방식과 기준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앱의 미세먼지 수치 정보는 환경부 한국환경공단(에어코리아)이 제공하는 정보를 바탕으로 합니다. 1시간마다 업데이트되죠.
일부 앱은 서울의 경우 서울시 대기환경정보 자료까지 통합해 표시합니다. 이 시스템을 관리하는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에 따르면 서울 25개 구에 설치된 측정소의 데이터는 환경부 에어코리아와 연동해 사용하는 동일 데이터입니다. 그러나 별도로 도로변대기측정소 15개소, 도시배경 및 입체측정소 10개소, 이동 측정 차량 6대를 이용해 대기질을 더 자세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자체 실외 공기질 측정망 데이터로 정보를 제공하는 앱도 있습니다. ‘케이웨더’는 전국 광역시도 중심 2,000여대(측정반경 5km) 자체 측정망을 갖추고 있습니다. 5분마다 업데이트되며 거리별 비중, 오염배출 정보, 인구밀도, 지역적 특성 등을 고려해 자체 값을 표시합니다.
‘좋음’, ‘보통’, ‘나쁨’ 단계를 보여주는 기준도 각각 달라요. 환경부 통합대기환경지수(CAI)는 151 이상일 때 ‘나쁨’으로 표시합니다. 네이버도 같은 지수를 활용하지만 4단계로 줄여 수치 101 이상일 때 ‘나쁨’으로 표시합니다. 미세먼지, 초미세먼지도 국내 기준과 WHO(세계보건기구) 권고기준, 미국, 중국 기준 등에 따라 차이를 보입니다. 미세먼지는 국내 환경부 기준으로 81㎍/㎥ 이상이면 ‘나쁨’이지만 WHO 기준으론 51㎍/㎥ 이상일 때 표시합니다. 초미세먼지도 국내 기준으론 36㎍/㎥ 일 때 ‘나쁨’이지만 WHO는 26㎍/㎥이 기준입니다. 아예 ‘좋음’인지 ‘보통’인지 안 보여주는 앱도 있네요.
측정소 위치에 따라서도 차이가 납니다. ‘에어맵코리아’는 KT가 2월 출시한 서비스로 전국 2,000여대 KT측정소와 국가 400여개 국가측정소 값(측정반경 1km)을 가지고 있습니다. 공중전화박스나 전신주 등에 설치돼 실제 숨쉬는 높이에서 촘촘하게 미세먼지 정보를 측정해주는 특징이 있죠.
참고로 국가측정소 채취구는 대부분 지상 10m 이상, 최고 27m 높이에 설치돼 있습니다. 환경부 기준은 지상 1.5m 이상 10m 이하에 설치토록 정해져 있는데, 최소 12㎡ 용지가 필요해 장소 확보가 어려운 경우 최고 30m 높이까지는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의원이 환경부와 함께 기존 측정구(20m)와 지상 높이(2m) 대기질을 비교한 결과 지상 높이가 28% 더 오염된 것으로 나왔다는 연구 결과도 있죠.
세계 기상 정보를 시각화해 나타내는 비주얼 맵인 어스널스쿨로 확인한 지난 4일부터 7일까지 한반도의 초미세먼지 대기 상황. 윗줄 왼쪽부터 4~5일, 아랫줄 왼쪽부터 6~7일. / 어스널스쿨 홈페이지 캡처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7일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고농도 미세먼지 긴급조치 강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이날 조 장관은 “중국과 고농도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공동시행을 협의하고, 공동으로 인공강우 기술을 실험하겠다”고 밝혔다./오승현기자
■ 시민들의 생각을 직접 물어봤습니다
“엄마들 사이에서는 이 앱이 유명해요. 포털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정보보다 더 정확한 거 같아요.”
자녀를 둔 A(여·41)씨는 환경부 기준이 아닌 WHO 기준으로 보여주는 앱을 쓴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다만 시민들은 정확성보단 편의성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듯 했습니다. 매일 앱을 통해 남편뿐만 아니라 친정에도 미세먼지 정보를 알려준다는 그는 “장소 설정하는 게 편하다”면서 맘 카페에서도 잘 알려진 앱이라고 만족감을 나타냈습니다. 같은 앱을 사용하는 B(남·28)씨는 “자세한 수치는 확인하지 않고 앱에서 ‘나쁨’이라고 알려주면 마스크 착용 여부를 결정합니다”고 했습니다.
따로 앱을 쓰지 않는다는 직장인 C(남·26)씨는 “아침 저녁으로 네이버에서 미세먼지 농도를 확인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다만 요즘 하도 미세먼지가 극성이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쓰는 앱을 깔아볼 생각”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날 기자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바깥에서 오랜만에 마스크를 벗고 깊은 숨을 들이마셨습니다. 기분이 개운하지 만은 않았지만요. 그리고 많은 앱들 중 수치를 가장 보수적으로 보여주는 앱 하나만 남겨두고 지웠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앱을 선호하시나요?
/강신우기자·박원희 인턴기자 see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