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 현대百그룹 6,000억 규모 펀드 조성...속도내는 해외M&A

기관투자자·SK證 PE와 손잡고
그룹 첫 '코파펀드' 결성 나서
해외 각지 유통·소비재기업 인수 예고
SK證도 독립 후 홀로서기 성공


현대백화점(069960)그룹이 SK PE와 함께 6,000억원 규모의 코퍼레이트파트너십펀드(Co-Pa·Corporate Partnership)를 조성한다. 코파펀드는 해외 인수합병(M&A)을 위해 결성되는데 실탄을 확보한 현대백화점의 해외 공략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과 SK증권(001510) PE본부(SK PE)는 대형 기관투자자의 출자를 받아 총 6,000억원 규모의 코파펀드를 준비하고 있다. 코파펀드는 주요 기관투자자와과 기업이 1대1로 자금을 매칭해 해외 기업이나 자산, 지분 등에 투자하는 펀드다. 대형 기관투자자가 3,000억원의 자금을 출자하고 현대백화점그룹 측이 나머지 3,000억원을 조달해 펀드를 구성한다. 현대백화점그룹이 코파펀드 조성에 참여한 것은 처음이다.

코파펀드 결성을 계기로 현대백화점그룹의 해외 투자에도 가속도가 붙게 됐다. 현대백화점그룹은 기존 사업과 시너지가 날 수 있는 다양한 해외시장 및 매물을 분석하는 등 꾸준히 스터디를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현대백화점그룹은 해외 현지 소비행태를 분석하며 유통·소비재 시장을 집중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풍부한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현대백화점은 최근 국내 M&A 시장에도 ‘단골손님’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정체된 백화점 중심의 사업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양한 미래 먹거리를 찾고 있어서다. 최근 홈퍼니싱 분야인 리빙·인테리어 사업에 진출해 두각을 나타내며 관련 산업을 집중 육성하려는 전략을 보이고 있다.

비교적 소극적이던 과거의 모습과 달리 최근엔 적극적으로 인수합병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지난 2017년에는 SK네트웍스 패션사업부를, 지난해에는 인테리어 건축자재 전문기업 한화L&C를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모두 3,000억~4,000억원 규모의 중대형급 딜이었지만 현대백화점그룹은 적극적으로 달려들었다.

이미 국내의 여러 기업이 코파펀드를 통해 해외 M&A를 진행하고 있다. SK를 비롯해 롯데·KT&G·KT·GS건설 등이 대형기관투자자의 출자를 받아 코파펀드를 조성했다. 2011년 도입 초기에는 기업들의 펀드 집행률이 낮아 실효성 논란도 있었다. 하지만 CJ그룹처럼 코파펀드를 성공적으로 활용한 사례가 나오면서 주요 기업들도 다시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2014년 기관투자로부터 5,000억원을 출자받아 코파펀드를 조성한 CJ그룹은 중국 냉동물류사 룽칭물류, 브라질 소재 식품업체인 세멘테스셀렉타, 베트남 물류회사 제마뎁의 지분투자에 코파펀드를 활용해 빠른 속도로 자금을 소진했다.

한편 현대백화점그룹과 손잡은 SK증권에도 이번 펀드 결성은 의미가 깊다. SK증권이 SK그룹에서 매각된 후 다른 대기업과 투자처를 마련해 홀로서기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조윤희기자 choy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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