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코노미] 50만원 '댕댕이 스케일링'...500만원 예치해놓고 '냥이 침·뜸'

■쑥쑥 크는 반려동물 시장
국내 4가구 중 1가구 '펫밀리'
"내가족 내친구" 애착이 소비로
200弗 유모차 등 고가품도 선뜻
반려동물 호텔·샴푸·미스트에
스마트 배식그릇·화장실도 등장
2027년 6조원 시장 성장 전망


반려동물 시장이 1인 가구 확산과 맞물려 하루가 다르게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펫셔리·펫부심·펫팸족·펫밀리 등 다양한 신조어가 생기는가 하면 펫보험·펫장례·펫의료 등 새로운 시장까지 열리고 있습니다. 현재 2조원대인 국내 반려동물 시장의 규모는 오는 2027년에는 3배인 6조원까지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서울경제신문은 독자들의 반려동물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해 격주로 펫코노미 코너를 신설, 다양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직장인 김재연(35)씨가 7년째 키우고 있는 반려견 모모와 연아는 최근 스케일링(치석 제거 시술)을 받았다. ‘개 스케일링’에 든 돈은 총 50만원. 김씨는 “강아지도 나이 들면 잇몸에 염증이 생기고 이게 나중에 암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듣고 스케일링을 받게 했다”면서 “적은 돈은 아니지만 아깝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업무차 미국 출장을 가서는 200달러 넘게 주고 모모와 연아를 태울 유모차도 사왔다. 김씨는 “내 기념품을 산 것보다 뿌듯하다”며 웃었다.

‘개 팔자가 상팔자’라는 우스갯소리는 이제 우스갯소리가 아닌 게 됐다. 김씨의 모모·연아처럼 반려동물이 가족의 일부로 완벽하게 스며들면서다. 반려동물이 죽으면 가족 잃은 듯 심한 우울증을 앓기도 한다. 자식 먹이고 입히는 돈이 아깝지 않은 것처럼 반려동물에 쓰는 돈도 거의 ‘눈먼 돈’에 가깝다. 그러는 사이 펫코노미(Petconomy·pet과 Economy 합성어)는 급성장한다.

◇네 집 중 한 곳은 ‘펫밀리’…月 평균 8만6,000원 써=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해 실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반려동물 양육 가구는 총 511만가구다. 비율로 따지면 23.7%다. 4가구 중 1가구는 반려동물을 기른다는 얘기다. 펫밀리(Pet과 Family 합성어)들이 지출하는 월평균 양육비는 8만6,000원. 10만원 미만이 66.5%로 절반보다 많았지만 10만~30만원도 30%나 있었다. 30만~50만원을 쓴다는 비율도 3.5%나 됐다. 반려동물을 기르지 않는 일반인의 시선으로는 일견 납득가지 않는 소비지만 펫밀리에게는 결코 아까운 돈이 아니다. 강아지 4마리를 키우는 정애정(32)씨는 “애견인들에게 강아지에 쓰는 돈은 부부가 자식에게 쓰는 것과 똑같다”면서 “한 달에 25만원 정도 쓰는데 이 돈이 전혀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펫코노미 전성시대다. 개 껌, 고양이 사료 같은 반려동물용 식품에 국한돼 있던 관련 산업은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다. 반려동물이 머무는 호텔은 기본이고 룸서비스와 스파도 제공된다. 반려동물 전용 샴푸와 미스트도 나온 지 오래다. 심지어 반려동물 질환을 보장해주는 갱신형 실손보험까지 등장했다. 보험개발원은 “국내 펫보험 시장이 5,000억원대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아지·고양이에 침과 뜸을 놓아주는 한방 동물병원도 늘고 있다. 서울 서초동에서 양·한방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나상민 원장(수의사)은 “가족들이 오랜 기간 키워온 반려동물이 나이가 들면 사람처럼 골격계·신경계 질환이 찾아온다”면서 “한방 치료를 받는 반려동물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400만~500만원을 병원에 예치해놓고 필요할 때마다 차감해가며 진료를 받는 시스템도 등장했다. 사람의 진료와 크게 다를 게 없는 방식이다.

영양가 있는 사료와 간식을 챙겨주는 사람을 뜻하는 펫셰프, 아이 없이 반려동물만 키우며 맞벌이 부부로 사는 딩펫족(Dinkpet·딩크족과 pet 합성어), 반려동물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펫팸족까지. 신조어도 수두룩하다. 삼정KPMG는 이들을 “펫코노미 성장을 이끄는 주요 소비자들”로 지목했다. 국내 반려동물 사료 수입은 지난 2011년 1억113만달러(약 1,100억원)에서 2017년 2억988만달러 규모로 2배 급증했다.

◇성장성 무궁무진 ‘황금알’ 낳는 펫산업=펫코노미 시장의 성장성을 우리나라의 인구 구조적 측면에서 따져보면 더 밝다. 삼정KPMG는 “저출산과 고령화, 1인 가구의 확대로 아이 대신 반려동물 키우는 데 시간을 들이고 비용을 투자하는 소비자는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농촌경제연구원은 현재 2조원대인 반려동물 관련 시장 규모가 2027년 6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 소득 수준이 올라가면서 반려동물을 키우려는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에 앞서 펫코노미 시장이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 잡은 미국과 유럽은 그 규모가 훨씬 크다. 미국 반려동물산업협회에 따르면 반려동물 관련 지출은 2017년 695억달러(약 78조원)로, 2012년 이후 연평균 5.4%씩 늘었다. 점유율 1위의 세계적인 펫푸드 업체인 로얄캐닌은 조원 단위의 매출을 일으킨다. 우리나라의 웬만한 중견기업 매출 규모다. 시저와 ANF 같은 브랜드도 알 만한 펫밀리들은 다 아는 세계적인 유명 브랜드다.

영국 슈어피드는 동물의 움직임을 감지해 사료 뚜껑이 열리고 닫히는 ‘스마트 배식’ 그릇을 내놓았고 일본 샤프는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을 결합한 고양이용 스마트 화장실 ‘펫케어 모니터’를 출시하기도 했다. 반려동물 산업이 최첨단 신기술과 만나면서 산업의 외연이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중국 광저우에서 열린 펫산업 박람회 ‘CIPS(China International Pet Show)’에는 6만명 이상의 관람객이 다녀갔다. 문홍식 한국펫푸드연구소 소장은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반려동물 산업이 성장한 선진국의 단계를 우리나라가 지금 밟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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