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자동차 노사가 8일 자정에 가까운 시간까지 임금·단체협상을 진행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르노 본사의 내년도 글로벌 생산물량 배분에서 르노삼성차가 제외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노사가 임단협을 진행하는 동안 노조는 설립 이래 가장 많은 42차례, 160시간에 걸친 부분 파업을 벌였고, 1,700억원 이상 생산차질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사측은 집계했다. 노조는 전일 사측이 기존 1인당 기본급 유지 보상금에 더해 임단협 타결을 통한 물량 확보 격려금 100만원 지급안을 제시했지만, 확답을 주지 않았다. 노조 관계자는 “노사 타협점을 찾으려 했지만, 사측이 노조에서 요구하는 모든 것을 경쟁력저하를 이유로 거부했다”면서 “노사 의견 일치됐던 부분까지 원점에서부터 다시 시작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협상을 결렬됐으며 차후 교섭은 미정”이라고 덧붙였다.
협상 타결에 실패는 오는 9월로 예정된 닛산 로그 후속 물량 배정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일각에선 이미 늦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로스 모조스 르노그룹 제조·공급망관리부문 총괄부회장은 지난달 22일 부산공장을 찾아 노조와 간담회를 갖고 “노사 분규가 장기화하고 생산비용이 상승하면 닛산 로그 후속 물량 배정에서 경쟁력을 상실한다”고 말했다. 르노그룹 내 글로벌 생산기지들은 신규 차량 생산물량을 따내기 위해선 본사에 사업계획을 제출하고 있지만, 르노삼성은 임단협 타결에 실패하며 사업계획도 세우지 못하고 있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올해 물량은 이미 추가로 받을 수 없는 상황이고, 내년 물량이라도 따 와야 하는데 분규가 길어지면 사실상 내수 물량 외엔 생산할 수 없게 된다”며 “이렇게 될 경우, 구조조정이나 인력감축 같은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자동차 부품업계 역시 또 한 번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어 보인다. 르노삼성의 1차 협력사만 260여개에 달한다. 현대·기아차를 비롯해 국내 완성차 업계의 자동차 생산량이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에서 르노삼성이 닛산 로그나 후속 모델 생산을 하지 못해 10만대 가량 국내 생산 차량이 줄어들 경우 가뜩이나 포화상태인 차 부품업계는 경쟁이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노사 모두) 결국 최악의 선택을 하게 됐다”며 “사측은 물량 확보에 실패해 경영 악화 가능성이 더욱 커졌으며 이 때문에 노조 측은 인력감축 등 구조조정 공포에 시달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르노삼성 최고경영자가 제시한 협상 ‘데드라인’을 넘긴 만큼 당분간 노사 양측은 ‘강(强)대 강(强)’의 대치 국면이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노조는 교섭이 결렬된 직후 대책위원회를 꾸린 것으로 전해졌다. 지금까지와 같은 ‘교섭’보다는 ‘투쟁’에 무게를 싣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사측 역시 추후 협상 계획은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나흘간의 집중 교섭을 통해서도 타결되지 않은 만큼 노조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별로 없어 보인다”며 “결국 양측의 실력 행사를 통한 힘겨루기가 한동안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박시진기자 see1205@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