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인사이드]'비문' 박영선은 어떻게 '文의 장관'이 됐을까

인사 청문회 험로 예고되나 일찌감치 발탁
개혁 성향의 여성 경제통 찾기 어려운 현실
노영민 비서실장 친분도 작용한 것으로 관측
文 '강한 중기부' 주문할 듯...내각 마찰 우려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 입각한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연합뉴스

7일 단행된 문재인 대통령의 집권 3년차 개각을 앞두고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요 후보군으로 거론되던 당시,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박 의원의 인사검증과 관련해 “결격 사유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도 “흠은 있으나 인사권자의 확실한 뜻만 있다면 (장관을) 못 시킬 만한 상황도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대통령이) 얼마나 의지가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전했다.

언론인 출신의 4선 중진 의원이자, 성공한 여성 정치인인 박영선이 인사 청문회를 통과하면 문재인 정부 장관직에 오른다. 중소벤처기업부는 문재인 정부 들어 출범한 신생 부처임과 동시에, 문 대통령이 경제 정책에서 가장 역점을 두는 중기 벤처 육성을 담당하는 곳이다. 그만큼 중기부 장관 인사를 앞두고 문 대통령의 고민도 깊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 자리에 박 의원을 내정한 것을 두고 청와대 안팎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확실한 것은 이번 중기부 장관 인사에는 대통령의 뜻이 강하게 반영됐다 점”이라고 말했다. 다소 ‘리스크’를 감수하고라도 박 의원 입각을 시키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있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박 의원은 국회 내 ‘저격수’ 이미지 탓에 야당에 적이 많고 인사 청문회 과정도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자유한국당은 “현역 의원 불패 신화를 깨겠다”며 박 의원을 정조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청문회 통과를 위해 기용된 정치인 장관이라고는 보기 어렵다. 게다가 그는 지난 대선 당시 안희정 후보자의 의원멘토단장을 맡으며 문 대통령의 대척점에 서기도 했다. 이후 경선에서 이긴 당시 문재인 후보가 손을 내밀어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기는 했으나, 이 정부 1기 내각과 청와대 인적 구성의 주류를 이루는 친문(친문재인)계로 분류할 수 없다. 박 의원을 두고 비문(비문재인)계라는 말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016년 12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3차 청문회에서 증인들에게 질문하고 있다./권욱기자

그럼에도 불구, 문 대통령의 박 의원을 발탁 한 것은 ‘개혁 성향’과 ‘경제통’이라는 두 가지 요건을 충족 시키면서 ‘여성’인 장관 후보자를 찾는 것이 매우 어려웠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여성 장관 30%를 공약을 내걸었지만 여성 장관 후보를 찾을 때마다 진통을 겪고 있다. 그만큼 인재풀이 협소하다. 아울러 국회에 막강한 영향력이 있는 중량급 정치인이 임명되면 해당 부처 또한 기가 살아난다. 문 대통령은 이같은 효과까지도 다각도로 노린 것으로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나 기획재정부의 기세에 밀리는 중기부의 미약한 위상, 중기부에 거는 기대가 복합적으로 반영된 인사라는 것이다.


중기부 장관은 문 대통령이 1기 내각을 조각할 때부터 가장 인물난을 겪었던 곳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당시 현장경험을 갖춘 벤처기업인을 중기부 장관으로 임명하려 했으나 주식 백지신탁 문제 등의 부담으로 대부분의 기업인들이 고사의 뜻을 밝혔다. 천신만고 끝에 박성진 포스텍 교수가 지명됐으나, 결국 인사 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지명 22일 만에 낙마했다. 이후 홍종학 장관이 정식 취임한 것이 11월이다. 정부 출범 6개월 만에야 1기 내각의 퍼즐이 완성된 것이다. 그런 고초가 있었던 만큼 문 대통령은 이번 2기 내각 구성에서 중기부 장관에 일찌감치 박 의원을 내정하고 잡음이 나지 않게 하기 위해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이 지난 3월 8일 중국대사 업무를 마치고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권욱기자

박 의원의 발탁과 관련해 또 하나의 중요한 포인트는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이다. 박 의원은 문재인 정부 1기 내각 인선 때부터 장관 후보자로 꾸준히 거론됐던 인물이다. 하지만 번번이 최종 명단에는 포함이 안돼 친문 세력의 견제를 받는다는 입소문도 뒤따랐다. 하지만 노 실장이 청와대로 들어온 이후 박 의원의 장관 내정은 비교적 일사천리로 진행됐다는 것이 여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여권의 한 핵심 관계자는 “노 실장과 박 의원은 동료 의원으로서의 친분 이상으로 오랜 신뢰 관계를 쌓아왔다”며 “이번 박 의원의 중기부 장관 지명에서도 노 실장이 상당한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노 실장과 박 의원은 지난 2014년에는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 민주당)의 첫 원내대표 자리를 놓고 경합을 벌이기도 한 사이다. 당시 박 의원이 노 실장(당시 노 의원)을 꺾고 헌정 사상 첫 여성 원내대표에 올랐다.

당내에서 이처럼 치열한 경쟁을 했던 상대이긴 하나 노 실장과 박 의원은 ‘개혁적 성향을 가진 경제통’이라는 지점에서 일치하는 부분이 많다는 것이 정치권의 평가다. 노 실장은 주중 대사로 있을 당시에도 박 의원과 여권 동향 등과 관련해 다양한 정보를 주고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문 대통령은 박 의원이 인사청문회를 통과해 입각에 성공하면 중기 벤처 육성 분야에서 과감한 속도전을 주문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올해 들어서만 중소·벤처기업인들과 세 차례 만날 정도로 중기·벤처 육성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왔다.

새해 첫 경제 일정으로는 ‘제조 스타트업’ 현장을 방문했고 이후에도 수차례 ‘혁신창업을 통한 성장’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특히 창업기업들을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스타 중견기업으로 키우는 ‘스케일 업’이 올해 들어 문 대통령이 가장 관심을 기울이는 경제 분야로 꼽힌다.

박 후보자는 언론인 출신이지만 폭넓은 의정 경험을 쌓아 중기부의 위상 강화와 정책 추진력 확보에 강점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박 후보자가 재벌개혁 성향이 뚜렷하고 규제완화에 대해 완고한 입장을 보였다는 점이 내각의 조화 측면에서 걸림돌로 지적되기도 한다. 박 후보자는 의원 시절 ‘재벌 저격수’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고 은산 분리 완화나 외국인투자촉진법 등의 반대해왔다. 이 때문에 관가에서는 산업통상자원부나 공정거래위원회 같은 다른 유관부서들과 중기부 간의 마찰이 일어날 개연성이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홍우기자 seoulbird@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