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0년째 맞은 카드 소득공제…“축소 검토”에 “사실상 증세” 반발
올해 말 또 다시 일몰을 앞둔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는 직장인들에게 가장 뜨거운 관심사입니다. 지난 4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신용카드 소득공제와 같이 도입 취지가 어느 정도 이뤄진 제도에 대해서는 축소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다시 떠올랐습니다.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자영업자의 소득을 투명하게 파악하고 탈세를 막기 위해 지난 1999년 처음 도입됐습니다. 연말정산 때 신용카드 사용액 가운데 총 급여의 25%를 초과하는 금액을 과세대상 소득에서 15% 공제해주는 제도입니다. 직장인에게는 ‘13월의 월급’라고도 불릴 만큼 소득공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당초 3년짜리 한시 특례로 도입됐지만 지난해까지 8번째 연장돼 올해 말 일몰을 앞두고 있습니다.
그동안 정부는 일몰 시기가 다가올 때마다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를 추진해왔습니다. 자영업자 과표 양성화라는 정책적 목표가 이미 달성된데다 가계부채 우려가 여전히 큰데도 ‘빚 내서 하는 소비’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도 각종 비과세·감면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는데 그 대표적인 게 신용카드 소득공제입니다.
0515A06 신용카드 등 소득공제 조세지출액
그럼에도 번번이 제도가 연장돼 온 것은 이미 카드 소득공제가 당연한 제도로 인식되는 상황에서 납세자들에게는 축소·폐지가 ‘사실상 증세’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최근 한국납세자연맹은 “소비를 위축시켜 경제에 안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기재부는 “제도를 손보더라도 곧바로 폐지할 가능성은 없다”고 강조합니다.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공제가 축소되면 그만큼 세금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결과여서 특히 ‘유리지갑’ 불만이 큰 직장인들의 반발은 클 수밖에 없습니다.
더욱이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소상공인 전용 간편결제 시스템 ‘제로페이’에 대해서는 40%의 소득공제를 지원키로 하면서 더 불만이 커졌습니다. 가뜩이나 서울시가 만든 제로페이는 앞서 ‘소상공인 결제수수료 0%’를 실현한 카카오페이 등 각종 민간 간편결제 시스템에 비해 소비자 호응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1월 제로페이 결제금액은 2억원을 밑돌아 같은 달 국내 개인카드(신용·체크·선불)의 0.00003%에 불과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소비자가 많이 이용하는 신용카드에 대해서는 소득공제를 줄이면서 활용도가 크게 떨어지는 제로페이에 대한 세제혜택은 늘린다는 데에 국민 공감대는 낮습니다. 이미 민간이 주도하고 있는 결제시장에 정부가 뛰어들어 경쟁을 벌이는 것부터 어불성설이란 비판이 많은데, 제로페이에만 세금 지원까지 해가면서 ‘밀어주기’를 하겠다는 의도로 읽힐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제53회 납세자의 날’ 기념식에서 축사를 하면서 “신용카드 소득공제와 같이 도입 취지가 어느 정도 이뤄진 제도에 대해서는 축소 방안을 검토하는 등 비과세·감면제도 전반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정부도 고심에 빠져있습니다. 기재부 관계자는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가계부채 문제와도 얽혀 있어 다른 나라들도 이미 예전부터 축소·폐지하는 추세”라면서도 “현실적으로 납세자 반발 문제가 있어 쉽지 않다”고 말합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신용카드에 대해서는 공제를 줄이되 체크·직불카드나 간편결제·전통시장 상품권 등 다양한 결제수단에 대해서는 소득공제를 유지·확대하는 방향도 생각해볼 수 있다”며 “당장 모든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폐지한다거나 세수를 늘리기 위한 목적으로 검토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미세먼지 대책으로 경유세 인상?…‘서민증세’ ‘효과 미미’ 딜레마
경유세도 뜨거운 감자입니다. 수도권에 무려 7일 연속 비상저감조치가 내려지는 등 고농도 미세먼지가 사상 최악으로 치닫자 경유세 인상이 미세먼지 대책으로 떠올랐습니다. 지난달 재정특위가 휘발유와 경유의 상대가격을 조정하라고 권고했을 때도 정부는 ‘신중론’ 입장이었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 역량을 집중하라”고 지시하면서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지난 6일 이호승 기재부 1차관은 “미세먼지와 관련해 검토해야 할 대상”이라고 밝히면서 경유세 조정 검토를 공식화했습니다.
경유차는 국내 미세먼지를 유발하는 주요 원인으로 꼽힙니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2015년 기준 수도권 미세먼지 발생원인의 1위는 경유차 매연으로 전체 배출량의 22%를 차지했습니다. 휘발유차 매연(3%)의 7배가 넘습니다. 전국적으로도 경유차 매연(11%)은 사업장(40%), 건설기계(16%), 발전소(14%)에 이어 4번째 오염원으로 분석됐습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과거 정부의 ‘클린디젤’ 정책으로 여타 선진국과 달리 경유차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지난해 기준 경유차는 약 993만대로 2012년(700만대)보다 약 42% 늘었습니다. 전체 승용차 가운데 경유차가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36.4%에서 42.8%까지 올라왔습니다. 국내 미세먼지라도 줄이기 위해 경유값을 올려 경유차 소비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휘발유와 경유의 상대가격 비율은 100대85(유류세 한시 인하 효과 제외)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진국 평균인 100대93에 약간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경유의 상대가격을 올리려면 △경유세 인상 △휘발유세 인하 △휘발유세와 경유세를 모두 인상하되 경유세 인상폭을 더 높게 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하지만 휘발유세를 낮추면 유류 소비를 부추기는 격이 돼 정부가 꺼내 들 카드로는 가능성이 높지 않습니다.
결국 미세먼지 발생을 줄인다는 목적에 부합하려면 어떤 식으로든 경유세를 올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경유세 인상에도 따라오는 ‘서민 증세’ 논란입니다. 특히 경유차는 상대적으로 싼 기름값 때문에 영세 자영업자가 생계형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경유 화물차 약 335만대 가운데 영업용으로 유상운송을 하는 화물차는 46만대 가량에 불과합니다. 남은 약 290만대 가운데 상당 부분은 푸드트럭이나 과일·채소상처럼 본인 사업용으로 경유차를 쓰는 자영업자 차량입니다.
이들은 경유세가 올라도 그만큼 유가보조금을 받는 운수사업용 화물차와 달리 보조금 지급대상이 아니어서 세금 인상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습니다. 그렇다고 자영업자 경유차에까지 유가보조금을 주면 경유 소비를 줄인다는 정책 목적에는 맞지 않습니다. 또 경유세 인상의 부담을 577만 경유 승용차 운전자만 지게 되는 셈이어서 형평성에도 어긋납니다.
더 큰 고민은 경유세를 올려도 미세먼지 저감 효과가 크지 않다는 점입니다. 정부는 이미 지난 2016년 ‘미세먼지 관리 특별대책’으로 에너지 상대가격 조정을 검토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기재부는 1년에 걸친 연구 끝에 문재인 정부 출범 후인 2017년 7월 “앞으로 경유세 인상은 고려할 여지가 없다”고 못 박았습니다. 경유값을 2배 올려도 초미세먼지는 단 2.8% 줄어든다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당시 최영록 기재부 세제실장은 “유류소비세는 가격 변동에 비탄력적이고 세율 조정 영향을 받지 않는 유가보조금 차량도 상당하다”며 “미세먼지 발생의 여러 요인 중 해외 기여분이 큰 것으로 안다”고 결과를 설명했습니다. 중국발 미세먼지 요인이 더 큰데 ‘서민증세’ 논란을 돌파하면서까지 경유세 인상을 강행할 유인이 낮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당시 기재부는 문재인 정부에서 에너지 상대가격 조정은 없느냐는 질문에 “경유세 인상을 검토한 이유가 미세먼지 절감 차원에서였는데 실효성이 낮다고 결론났다”며 “실효성이 낮다면 미세먼지 관리 특별대책의 일환으로 경유세를 인상할 계획은 없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연일 이어지는 ‘재난급’ 미세먼지에 결국 경유세 인상을 재고해야 할 상황이 됐습니다. 기재부 고위관계자는 “환경 개선과 소비자 부담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며 “양쪽을 모두 만족시키는 것은 불가능해 정부로서는 정말 딜레마”라고 말했습니다.
/세종=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