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하원 건물/리아노보스티=연합뉴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임기인 2021년까지 이루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러시아 의회 인사들이 8일(현지시간) 전망했다.
러시아 하원 국제문제위원회 제1부위원장 드미트리 노비코프는 이날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2년 이내에 이루어지긴 어렵다”면서 “그 과정이 북한뿐 아니라 미국의 의무 이행과도 연관돼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노비코프는 “최근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난 데는 이유가 있다”면서 “북한이 아무런 조건 없이 일방적으로 무장해제를 할 준비가 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자신의 의무를 이행할 때만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로 나아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은 (전 소련 대통령) 미하일 고르바초프의 운명을 반복할 사람 같지 않다”면서 “북한이 주장하는 대로 미국이 자신들의 의무를 이행할 준비가 돼 있을 경우에는 그렇게 하겠지만(비핵화를 하겠지만), 미국이 ‘북한이 먼저 하면 우리도 하겠다’는 식으로 판단한다면 아무 성과도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은 미국의 상응 조치도 없이 일방적으로 개방 정책을 펴고 군비 축소에 나서면서 결국 소련 붕괴라는 결과를 초래했지만 김 위원장은 그러한 시나리오를 반복할 것 같지 않다는 분석이었다.
노비코프는 “이는(2021년까지의 트럼프 임기는) 예정된 조치들(북한 비핵화)을 이행하기 위해 그렇게 긴 기간이 아니며 그것은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토요일 밤에서 일요일 사이’(짧은 기간)에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있다”고 말했다.
올렉 모로조프 상원 국제문제위원회 위원도 이날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안에 이루어지기 어려우며 비핵화 과정을 마무리하기 위해선 북한에 대한 국제적 체제 안전 보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모로조프 위원은 “모든 것은 북한에 제공할 보장에 달렸다”면서 “미국의 보장 만으론 부족하며 국제적 보장이 있어야 한다. 국제적 보장만이 (북한의) 핵무기 포기를 이끌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외에 중국, 일본, 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 강국이 참여하는 다자 안전 보장만이 북한을 비핵화에 나서게 할 수 있다는 기존 러시아의 주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모로조프는 그러면서 “현재 미 행정부의 ‘전격전’ 방식은 북한 문제와 비핵화의 조속한 해결에 대한 확신을 주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러시아는 그동안 중국과 함께 ‘단계별, 행동 대 행동 원칙’에 기초한 한반도 비핵화 협상을 주장해 왔다.
북한의 입장을 상당 부분 반영한 이러한 주장은 미국이 추진하는 일괄타결식 ‘빅딜’과는 차이가 나는 것이다.
/김호경기자 khk010@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