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디젤車 하루 500대 폐차...미세먼지 줄까

저감조치 시행후 운행제한 불편
"차라리 조기폐차, 보조금 받자"
서울 20일새 9,700대 신청 급증
작년 경유차 비중은 크게 안줄어
경유세 인상 등 추가대책 필요

지난 8일 경기도 안산종합폐차장 앞에는 조기폐차를 앞둔 노후 경유차량이 줄을 길게 서 있었다. 폐차장 내부는 이미 가득 차 공간이 부족한 탓이다. 폐차장엔 2005년식 산타페, 코란도, 카니발 등이 겹겹이 층을 이뤘다. 안산종합폐차장 관계자는 “조기폐차 신청 중 노후 경유차가 가장 많다”며 “폐차 신청이 워낙 많아 모두 처리하려면 몇 달은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주 최악의 미세먼지가 한반도를 엄습한 가운데 미세먼지 발생의 주범으로 꼽히는 노후 경유차량의 폐차가 크게 늘고 있다. 지난달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시행에 따라 노후 경유차량이 서울로 들어오지 못하는 등 불편이 발생하자 조기폐차 수요가 급증한 것이다. 하지만 폐차되는 경유차와 별개로 신규 경유차의 증가가 커 실제로 미세먼지 저감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8일 안산시 단원구에 있는 안산종합폐차장에 노후 경유차량들이 겹겹이 쌓여있다. /안산=손구민 기자

10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미세먼지 특별법 시행 이후 이날까지 노후 경유차 조기폐차 신청 수가 9,700대에 달했다. 지난해 연간 총 2만4,522대가 신청 및 폐차된 데 비해 가파른 증가세다. 이는 지난달 15일 미세먼지 특별법 시행에 따라 서울 내에선 노후 경유차량 운행이 불법이 된 게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서울시는 5등급(배출가스 등급제 기준) 차량을 대상으로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되면 다음날 오전 6시부터 오후 9시까지 운행을 제한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1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환경부에 따르면 인천시와 경기도도 올해 상반기 중에 관련 조례를 마련해 서울시와 같이 시행할 예정이다.


통상 운행한지 15년 이상 된 노후 경유차량은 150만~200만원 시세로 중고차시장에 나오지만, 특별법 시행 이후에는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운행이 아예 불가능해지자 차라리 조기폐차를 통해 지자체 보조금을 받는 게 유리하다고 차량 소유주들이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각 지자체는 노후 경유차량 폐차 시 보조금을 3.5톤 차량 미만은 165만원, 그 이상 차량은 최대 3,000만원까지 지원한다.

현장에선 지자체와 정부가 보조금 예산을 늘려 폐차를 더 적극적으로 유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산폐차장의 한 관계자는 “올해 1~5월 중 신청자 수가 대거 밀리다가 지자체 지원예산이 부족해 더 이상 보조금을 받지 못하게 되자 폐차시기를 내년으로 미루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서울시도 노후 경유차량 폐차 수요가 늘어나는 것에 대비해 올해 관련 예산을 늘렸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해 2만4,000대를 폐차한 데 이어 올해는 목표를 4만대로 잡고 있다”며 “관련해 보조금 예산도 720억원 규모로 짰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각 지자체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노후 경유차량 제한 효과는 크지 않다는 비판도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증가한 경유차 대수는 35만3,000대로 전체 차의 42.8%인 933만대를 기록했다. 반면 친환경차 대수는 12만2,000대 늘어 경유차 신규 대수의 3분의1 수준에 그쳤다. 미세먼지 주범인 노후 경유차량 폐차량을 키워도 새 경유차는 꾸준히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경유세를 늘려 신규 경유차 증가세를 억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는 경유세를 올리는 방안을 권고했으며, 이호승 기획재정부 1차관도 ““경유 가격 조정은 미세먼지와 관련해 검토해야 할 대상”이라고 말했다. /안산=손구민기자 kmso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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