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조차 못피한 경기둔화…백악관만 '희망고문'

지난달 취업자 증가 2만명 그쳐
예상보다 큰 감소에 시장 동요
뉴욕증시 3대 지수 약세에도
美정부 "3%대 성장 지속할 것"
연준·리서치社 분석과 대조적
계절적 일시 현상 무게 두지만
글로벌 경제 '먹구름' 우려도


탄탄대로를 걷던 미국 고용이 지난달 급격하게 흔들린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과 유럽 등 세계 곳곳에서 경제 위축 시그널이 커지는 가운데 미국의 고용지표마저 꺾이면서 글로벌 경기 둔화 공포가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시장의 우려와 달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내년 예산안에서 미 경제가 올해 3% 이상 고공행진할 것이라는 낙관론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 노동부는 지난 8일(현지시간) 2월 비농업고용이 2만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고 발표했다. 1월의 고용 증가분은 31만1,000명이었다. 부분적으로는 연방정부 셧다운(부분 업무정지)에 영향을 받았다지만 1월 대비로는 물론 시장 예상치에 비해서도 크게 떨어지는 수치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2월 일자리 추가분이 18만개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일단 시장에서는 눈폭풍 등 계절적 요인이 고용에 일시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가뜩이나 커지는 와중에 유일한 글로벌 경제의 버팀목이었던 미국에서 그동안 탄탄했던 신규고용이 큰 폭으로 위축되자 본격적인 경기 둔화를 알리는 신호탄이 아니냐는 불안이 고개를 들고 있다.

[경제도 ‘재난’ 올까] 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세번째) 미국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두번째) 여사가 지난 3일 발생한 토네이도로 대규모 피해를 입은 미 앨라배마주 보르가드 재난 현장을 찾아 피해 상황을 보고 받고 있다. /보르가드=AP연합뉴스

리서치 회사인 FTSE 셀의 알렉 영 글로벌시장 연구이사는 “2월의 취업자 증가 수가 2만명에 그친 것은 경기 둔화의 공포를 광범위하게 퍼지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예상치를 크게 밑도는 고용지표가 나오자 뉴욕 증시의 3대 지수도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워싱턴포스트는 “미약한 고용이 글로벌 경제에 부담을 주면서 주가가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실제 민간기관에서는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점차 낮추는 분위기다. 지난해 4·4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2.6%를 기록하면서 잠잠해지는 듯하던 미국 경기에 대한 우려가 최근 일련의 지표 악화로 다시 증폭되기 시작한 것이다. WSJ는 “많은 민간 경제학자들이 1조5,000억달러 감세와 3,000억달러 규모의 정부지출 확대 효과가 올해부터 줄어들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최근 JP모건은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을 1.8%로 하향 조정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연일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스탠퍼드대 경제정책연구소(SIEPR) 강연에서 “현재의 금리정책을 바꿀 정도의 심각한 경고 신호는 없다”며 “지난 6개월간 중국과 유럽 경제가 둔화해왔으며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와 무역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 등으로 미국 경제의 하방 위험이 증가했다”고 평가했다. 연준은 2월 베이지북에서 12개 지역 중 10곳에서 ‘경미한 성장(slight-to-moderate)’을 하고 있다며 경기 판단을 끌어내린 바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시장의 불안은 아랑곳하지 않고 백악관은 올해 3.2%의 낙관적인 경제 성장 속도를 예상하고 있다. WSJ는 미 연방정부의 2020회계연도 예산안(2019년 10월1일~2020년 9월30일)이 많은 전문가들의 예측보다 성장률을 더 높게 잡고 있다며 올해 3.2%의 성장률을 달성하는 데 이어 2020년에는 3.1%, 2021년에도 3.0%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향후 10년간 연평균 성장률 전망은 약 3%에 달한다. 케빈 해싯 미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의장은 “우리는 이 모델이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보여주는 최고의 지표라고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래리 커들로 미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도 8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2월 일자리 증가폭이 크게 둔화된 데 대해 “셧다운 여파와 계절적 요인 때문”이라고 일축하며 “미국 경제는 여전히 3% 또는 그 이상의 성장 궤도에 올라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미 의회예산국은 1월 말 보고서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단행한 감세, 대규모 재정지출 효과가 올해 들어 줄어들 것이라며 2.3%의 전망을 제시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을 2.7%에서 2.6%로 낮춰 잡았다.
/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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