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맨해튼에 있는 크라이슬러빌딩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뉴욕 맨해튼의 대표적 랜드마크인 크라이슬러빌딩이 헐값에 매각된다.
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크라이슬러빌딩을 소유하고 있는 아랍에미리트(UAE)의 아부다비투자위원회(ADIC)와 미 부동산 투자회사 티시먼스파이어가 이 빌딩을 약 1억5,000만달러에 매각하는 계약에 서명했다고 전했다. 현재 ADIC와 티시먼스파이어는 각각 이 빌딩의 지분 90%와 10%를 보유하고 있다.
이 같은 매각가는 지난 2008년 ADIC가 지분 90%를 매입할 당시 지불했던 8억달러와 비교하면 19%에 불과할 만큼 터무니없이 싸다.
크라이슬러빌딩의 새 주인은 맨해튼 부동산 재벌 애비 로젠의 부동산 기업인 RFR홀딩과 오스트리아 최대 부동산 기업 시그나다. 양사는 동등한 지위의 합작법인을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1930년에 완공된 크라이슬러빌딩은 77층(319.4m) 건물로 당시 세계 최고층 기록을 세웠으나 이듬해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102층)에 1위 타이틀을 내줬다. 이 빌딩은 영화 ‘스파이더맨’ ‘맨 인 블랙’ 등의 배경이 됐다.
크라이슬러빌딩의 가치가 급격히 떨어진 것은 높은 토지 임대료 부담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크라이슬러빌딩 소유주가 해마다 내는 토지 임대료는 2017년 775만달러에서 지난해 3,250만달러까지 급등했다. 오는 2028년에는 4,100만달러로 추가 인상될 예정이다. WSJ는 복수의 부동산 중개인의 분석을 인용해 “임대료 때문에 매각가 상당 부분이 깎였다”고 지적했다.
크라이슬러빌딩 부지는 ‘쿠퍼유니언스쿨’이 소유하고 있다.
높은 공실률과 유지비용도 빌딩 가치를 깎아 먹는 요인이 됐다. 완공된 지 90년이 된 크라이슬러빌딩 대신 신축 빌딩에 입주하기를 선호하는 세입자들이 늘어나면서 현재 공실이거나 몇 년 새 공실이 될 크라이슬러 내 공간은 3만7,10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로운 세입자를 유치하려면 2억달러가량의 시설보수비가 들어갈 것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건물이 낡아 유지비용이 늘어나고 건물의 역사적 가치 때문에 세입자의 요구사항도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