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호 출범 이후 보수적인 색채가 짙었던 LG전자(066570)가 변했다.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해 과감한 투자에 나서면서 종속 회사 수가 4년 만에 크게 늘었다. 올해도 미래 전장, 인공지능(AI), 로봇 분야에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기술력을 가진 외부 업체와의 협업 및 투자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LG(003550)전자뿐만 아니라 LG그룹 전체적으로 비주력 사업의 정리도 속도를 붙일 것으로 예상된다.
10일 LG전자가 제출한 지난해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LG전자의 연결 대상 종속회사 수는 139개로 전년(123개) 대비 16개나 늘어났다. LG전자의 종속회사 수가 늘어난 것은 지난 2014년 이후 처음이다. LG전자의 종속회사 수는 2013년 138개에서 2014년 141개로 늘어났으나 2015년 125개로 줄었고 2016년에는 123개로 감소했다. 다운사이징에 주력하던 LG전자의 전략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지난해 LG전자의 종속회사 수가 크게 늘어난 것은 세계 최대의 자동차용 헤드라이트 및 조명 업체인 오스트리아의 ‘ZKW’를 약 1조4,000억원에 인수한 영향이 컸다. ZKW 인수는 LG전자의 인수합병(M&A) 역사상 역대 최대 규모였다. ZKW 인수 후 새로 오스트리아에 위치한 지주회사와 생산법인, 슬로바키아·체코·중국·멕시코 생산법인 등 총 14개의 회사가 종속법인으로 신규 편입됐다.
또 이외에도 앞으로 미래 성장동력 발굴의 첨병 역할을 하게 될 ‘LG테크놀로지벤처스’와 여기에 출자하는 ‘LG전자 펀드(LG ELECTRONICS FUND)’도 새로 편입됐다. 삼성벤처투자 부사장 출신인 김동수 대표가 이끄는 LG테크놀로지벤처스는 지난해 미국 실리콘밸리에 설립한 벤처투자 회사로 LG전자가 LG화학(051910)·LG디스플레이(034220)·LG유플러스(032640) 등 LG그룹 계열사들과 함께 출자한 벤처기업 투자 펀드를 운용한다. LG테크놀로지벤처스는 출범 후 지난해 11월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벤처인 ‘라이드셀(RideCell)’에 첫 투자한 것을 시작으로 미국의 자율주행 셔틀버스 개발 스타트업 ‘메이 모빌리티(May Mobility)’ 등에 투자하는 등 LG전자가 미래 먹거리 중 하나로 보고 있는 전장 사업 분야의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김 대표는 8일(현지시간)부터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음악·테크 관련 페스티벌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에도 참석해 기술력 있는 기업 발굴에 나서고 있다.
AI와 로봇 분야에 대한 투자도 눈에 띈다. LG전자는 지난해 AI 분야의 스타트업 ‘아크릴’과 산업용 로봇제조업체 ‘로보스타’, 미국의 로봇개발회사 ‘보사노바로보틱스’에 지분 투자를 했다.
구광모호의 달라진 면모는 LG전자뿐만 아니라 LG그룹 전 계열사에서 확인된다. LG화학도 지난해 연결대상 종속기업 수가 45개로 전년 대비 7개 늘어났다. LG화학은 지난해 자동차 및 가전제품의 소형모터에 사용되는 자석인 페라이트 마그넷을 만드는 ‘우지막코리아’를 233억원에 인수했으며 미국의 자동차용 접착제 전문업체 ‘유니실’도 사들였다. 아울러 만년 3위 업체인 LG유플러스는 케이블TV 1위 업체 CJ헬로 인수에 나서면서 유료 방송 시장에서 지각 변동을 노리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LG전자가 전장·AI·로봇 등 미래 먹거리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한편 비주력 사업인 연료전지 사업을 정리하는 등 사업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구광모호 출범 후 조직 개편과 핵심인력 영입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만큼 올해는 보다 과감한 M&A와 투자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