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희 관악구청장이 10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낙성벤처밸리 조성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관악구
“미국 스탠퍼드대와 실리콘밸리, 중국 칭화대와 중관춘처럼 세계적으로 보면 명문대들이 지역개발을 선도하는데 관악구는 서울대가 있어도 지금껏 담장이 쳐져 있었습니다. 서울대와의 협력을 강화해 신성장동력을 발굴, 관악 경제를 살리겠습니다.”
박준희 관악구청장은 경제·교통정책을 설명할 때 ‘담장’과 ‘오지’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했다. 담장은 관내에 서울대라는 인재 육성의 요람이 있는데도 관악구가 함께 손잡지 못했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오지는 다른 자치구와 달리 지하철 노선이 2호선만 지나 출퇴근 시간마다 교통대란이 벌어지는 상황에 대한 아쉬움이 묻어있다. 민선 7기의 핵심 과제로 경제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삼고 있는 그는 임기 내 양대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박 구청장은 10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구정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 관악 경제를 반드시 살리겠다”며 “취임 2년쯤에는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낼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깅조했다.
박 구청장의 경제 역점 사업은 서울대와 협업해 낙성대 인근에 창업 거점을 조성하는 ‘낙성벤처밸리’다. 박 구청장은 서울대를 졸업한 우수 인재들이 관악구가 아닌 다른 지역으로 흩어지는 데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인재들을 붙들기 위해 관악구는 오는 12월 낙성대역 인근에 벤처밸리를 지원할 앵커시설을 만들어 벤처기업을 지원할 예정이다. 벤처투자조합과 법률·회계 사무소도 유지해 초기 스타트업이 난항을 겪는 자금 확보 및 법률·회계 문제의 해결을 돕는다.
지난달 8일 오세정 총장 취임으로 총장 장기 공백사태가 마무리되면서 관악구와 서울대와의 협력관계가 두터워질 수 있을 것으로 박 구청장은 기대했다. 그는 “낙성벤처밸리를 어떻게 하면 서울대와 함께 할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했는데 총장직이 오랫동안 비워있어서 안타까웠다”며 “서울대와 실무 태스크포스(TF)를 꾸려 협력 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낙성벤처밸리 지역에 관악영어마을이 있어 이를 폐지할지를 두고 지역 주민 간 마찰이 있는데 대해서는 용도 변경 가능성을 시사했다. 박 구청장은 “관악영어마을은 서울시에서 운영하고 있는 마지막 영어마을인데 시 또한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서남권 평생학습관이나 낙성벤처벨리에 맞춰 벤처학교를 만드는 것을 시가 검토하고 있으며 관악구와도 협의하고 있는 단계”라고 전했다. 박 구청장은 “다만 영어마을을 지금 당장 없애는 것은 문제가 있어 올해는 좀 더 지켜보고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박준희 관악구청장이 50만 구민과 함께 자치구 발전과 도약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하며 활짝 웃고 있다./사진제공=관악구
관악구는 그동안 철도 교통에서 다른 자치구와 비교해 수혜를 보지 못한 곳으로 꼽혔으나 지난달 20일 서울시가 발표한 ‘제2차 10개년 도시철도망구축계획’에 서부선 연장·난곡선 재정사업 전환이 모두 포함되면서 경전철 사업에서 가장 수혜를 많이 입은 자치구가 됐다. 신림동 등 젊은 자취생들이 많아 출퇴근 교통 수요는 많지만 지하철 노선은 2호선만 있어 출퇴근 시간에 극심한 교통혼잡을 빚는 문제가 대폭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박 구청장은 “관악은 오지라고 표현해도 될 정도로 교통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동작구만 해도 5개 노선이 지나가는데 관악구는 2호선 하나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박 구청장은 자치구별 균형발전 차원에서도 서부선 연장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간곡하게 호소하며 설득했다고 귀띔했다. 그는 “도로 교통 측면에서는 난곡사거리에서 낙성대를 잇는 신림~봉천간 터널을 오는 2023년 개통한다”며 “터널이 완성되면 교통환경이 확실히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구청장은 “지난해에는 민선7기 구정 운영의 밑그림을 그리는데 주력했다”며 “그동안 밭을 일구고 씨를 뿌려 땅을 탄탄하게 다졌다면 올해는 알찬 열매를 맺는 수확의 해가 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50만 구민과 함께 관악의 발전과 도약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