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현 국립암센터 양성자치료센터장과 박중원·김보현 간담도췌장암센터 교수팀이 지난 2012년 6월~2017년 4월 센터에서 양성자치료를 받고 5년 생존율 추적관찰이 가능한 간세포암 환자 243명을 분석한 결과다.
11일 국립암센터에 따르면 수술적 치료가 어렵고 예후가 좋지 않아 양성자치료와 항암·화학색전술 치료 등을 함께 받은 간세포암 3기 및 4기 환자의 평균 5년 생존율은 43%, 26%로 집계됐다. 이는 간과 인접한 림프절·조직·장기가 침범된 ‘국소 진행’ 단계의 3~4기 간세포암 전체 환자 5년 생존율(국가암통계) 18%보다 2.39~1.44배 높은 성적이다.
또 표준치료법인 수술이나 고주파 열로 종양 부위를 태워 죽이는 시술(국소소작술)을 하기 어려운 간세포암 1~2기 환자에 대한 양성자치료 결과도 우수했다. 국가암통계에 따르면 1~2기 간세포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70~50% 수준인데 표준치료가 어려워 국립암센터에서 양성자치료를 받은 환자의 5년 생존율은 1기 69%, 2기 65% 이상으로 수술·고주파치료가 가능했던 환자들과 동등 이상이었다.
간암환자는 수술·고주파치료를 받았든, 양성자치료를 받았든 절반가량이 다른 부위에 암이 재발하는 특성이 있는데 양성자치료센터의 5년 생존율 통계는 이 부분까지 감안한 것이다. 양성자치료를 받은 243명 중 심각한 간 기능저하를 보인 환자는 한 명도 없었다.
김 센터장은 “양성자치료가 초기는 물론 진행성 간암에도 효과적이고 안전한 치료법이라는 게 확인됐다”며 “여러 이유로 수술이나 고주파치료를 받기 어려운 간암 환자가 꽤 있는데 양성자치료는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양성자치료가 수술 등이 어려운 간암 1~4기 환자에게 효과적이고 안전한 치료법임을 입증한 김태현 국립암센터 양성자치료센터장. 뒷편의 대형 원통형 장비가 양성자치료기다. /사진제공=국립암센터
간암 양성자치료는 보통 2주에 걸쳐 매일 30분씩 총 10회 진행한다. 건강보험이 적용돼 10회 본인부담 진료비는 70만원 수준이다. 국립암센터의 양성자치료 환자 중에는 간암이 4분의1 수준으로 가장 많다.
간세포암은 종양의 크기·숫자·위치와 전이·재발·고령·콩팥(신장) 기능저하 여부 등에 따라 수술을 하거나 고주파 국소소작술, 항암치료, 양성자치료, 화학색전술 중 하나 또는 두세 가지를 시행한다.
양성자치료는 간암·두경부암·폐암·뇌종양 등 각종 고형암에 효과가 뛰어나지만 양성자 가속·전송장치, 대형 회전치료기와 방사선 차단설비만도 수백억원에 달해 국내에서는 국립암센터와 삼성서울병원 두 곳에서만 해왔다. 양성자는 종양 부위에 에너지를 쏟아부어 종양세포의 DNA를 파괴한다. 종양 뒤편 정상 조직세포의 DNA가 파괴되는 부작용이 없기 때문에 간 기능 등이 많이 나빠져 X선 치료를 할 수 없는 간세포암 환자 등도 양성자 치료를 받을 수 있다. 간세포암이 혈관·담관(간에서 만들어진 소화액 등이 십이지장으로 이동하는 통로)과 가까운 곳을 침범한 경우 고주파치료 등이 어렵지만 양성자치료는 가능하다. 반면 종양 부위가 위장에 너무 가까우면 양성자치료를 하기 곤란할 수 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암(Cancers)’에 발표됐다.
한편 고주파 국소소작술은 초기 간세포암이나 재발한 암 가운데 종양의 수가 3개 이하, 크기가 3㎝ 미만인 경우에 효과적이다. 치료 후 ‘잔존 간기능 보존’에 유리하고 합병증 빈도도 낮다. 화학색전술은 간암 조직이 커진 경우 장에서 흡수한 영양을 간에 공급하는 혈관인 간문맥(肝門脈)을 침범한 진행성 간암환자의 혈관에 항암제와 혈관폐쇄(색전) 물질을 넣어줘 암세포의 감소·사멸을 꾀하는 치료법이다.
화학색전술은 간암 조직이 커진 경우 장에서 흡수한 영양을 간에 공급하는 혈관인 간문맥(肝門脈) 등을 침범한 진행성 간암환자의 혈관에 항암제와 혈관폐쇄(색전) 물질을 넣어줘 암세포의 감소·사멸을 꾀하는 치료법이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