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표 "대기업·공기업 노조, 임금인상 3~5년간 자제해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
사회적 대타협으로 노동 개혁 강조
유연·안정성 확대 덴마크모델 제시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1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1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사회적 대타협으로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노동 유연성 확대를 거부하는 노동계와 기업 부담을 이유로 노동 안정성 강화에 소극적인 경제계를 모두 겨냥해 덴마크형 ‘유연안정성’ 모델을 제시했다. 무엇보다 임금체계 개편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며 대기업·공공 부문 정규직 노조에 임금인상을 자제해줄 것을 요구했다. 또 임금체계를 단순화하고 공공 부문에 임금공시제도를 도입할 것임을 시사했다. 노동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사회적 대타협을 제안함에 따라 향후 여권발 노동개혁이 본격화할지 주목된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대기업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를 줄여야 한다”며 “고임금을 받는 대기업·공공 부문의 정규직 노조가 3년 내지 5년간 임금인상을 자제하는 결단을 내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임금체계의 단순화도 필요하다”며 “호봉급 비중을 줄이고 직무급과 직능급을 확대해야 한다. 경기나 실적 변동을 반영해 성과급을 지급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금공시제도 도입을 통해 직종별·직무별·직급별 수당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등 임금체계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홍 원내대표의 연설은 노동계 출신으로 누구보다 앞장서 대기업 노조의 기득권에 과감한 개혁을 주창해 온 홍 원내대표의 문제의식이 반영됐다는 해석이다. 노동운동 출신 여당 원내대표가 국회 대표연설을 통해 여권의 전통적 지지 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노동계를 향해 임금인상 자제를 요구한 것도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홍 원내대표가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위해 노사 모두의 상생 협력을 강조하기는 했지만 노동계가 예민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노동 유연성을 내걸며 임금체계 손질을 제시했다는 점도 그 의미가 남다르다. 홍 원내대표는 대우그룹 노조 사무처장을 지내고 1995년 민주노총 출범 때 준비위에서 활동한 노동계 출신이다.

다만 이미 탄력근로제와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등을 놓고 현 정부의 노동정책을 강하게 비판하며 사회적 대화 자체에 불참하고 있는 민주노총을 설득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동안 문재인 정부 노동정책이 노조의 벽에 번번이 가로막혔던 사례에 비춰보면 실제 노동개혁으로 이어지기는 힘들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송종호·하정연기자 joist189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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