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카드사 수수료 싸움에 고객 '캐시백'만 사라질판

비씨도 현대차 제시안 막판수용
당초 기대했던 인상률은 실패
실적보전 어렵게 되자 혜택 줄여
"정부 개입이 부메랑 불러" 비판


신용카드사들이 현대자동차와 가맹점 결제수수료 인상 협상에서 당초 목표보다 낮은 인상 요율로 타결하면서 기존에 주던 고객 혜택인 캐시백을 잇따라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수수료 인상률이 소폭에 그치자 실적 감소를 만회하기 위해 고객 혜택을 줄여야 하는 상황을 맞아서다. 정부가 영세 자영업자를 돕는다며 수수료를 인하하면서 대형 가맹점과 카드사 간 수수료 갈등이 불거졌고 결국에는 고객 혜택이 점점 줄어드는 ‘역설’을 낳은 것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비씨카드는 이날 현대차가 제시한 카드 수수료 조정안을 전격 수용했다. 지난 8일 현대차는 카드사들에 0.04~0.05%포인트 수준으로 수수료율을 인상하는 조정안을 제시했고 KB국민·현대·하나·NH농협에 이어 씨티카드가 받아들인 것이다. 8개 카드사 가운데 5개사가 수수료 조정안을 타결하면서 아직 협상에 진통을 겪고 있는 신한·삼성·롯데카드가 받는 심리적 압박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에서는 카드사들이 처음 현대차에 통보한 0.1~0.15%포인트 수준의 인상안보다는 낮은 수준으로 타결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당초 원했던 수수료로 인상하지 못한 카드사들은 실적에 비상이 걸렸다. 영세 자영업자 수수료를 낮추면서 카드사들은 연간 수수료 이익만 8,000억원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돼 대형 가맹점 수수료를 올려 이를 만회하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현대차와 합의한 인상 요율로는 실적 보전을 하기가 턱없이 부족한데다 대형 가맹점과의 첫 협상인 현대차와의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치면서 고객 혜택 축소에 잇따라 나설 조짐이다. 특히 카드사들은 고객이 신차를 구매할 때 차량대금의 1.0~1.5%가량을 돌려주는 캐시백 혜택을 제공해왔지만 이를 축소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당초 예상했던 수수료율 인상이 어렵게 됐고 금융당국도 수수료율에 걸맞게 마케팅 비용을 쓰도록 주문하고 있는 만큼 캐시백과 같은 현금성 마케팅 비용을 대거 축소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금융감독원이 2·4분기 중 대형 가맹점과 카드사 간 카드 수수료 계약 실태조사를 진행하면서 자동차 등의 업종에 대한 마케팅 비용 축소를 권고할 것으로 알려져 고객 혜택 축소를 놓고 또 다른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도 금감원은 카드사 임원들을 소집해 자동차 캐시백 등 일회성 마케팅을 축소해달라는 의견을 전달했다.

문제는 카드사들이 자동차 할부금융을 새로운 수익원으로 삼고 있어 쉽게 포기할 수 없다는 점이다. 금감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신한·삼성·KB국민·현대·비씨·롯데·우리·하나 등 전업 카드사 8곳의 차 할부금융 자산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6조7,99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3% 급증했다. 신한카드는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오토사업본부와 수입차금융팀을 신설했으며 비대면 원스톱 자동차 할부금융 플랫폼 ‘신한카드 마이오토’를 선보였다. KB국민카드와 우리카드도 ‘KB국민 오토카드’ ‘마이카 우리카드’ 등 전용상품을 각각 선보이며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자동차 할부 시장은 캐피털·은행·카드사 간 경쟁이 치열해 소비자가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면서 “하지만 정부의 카드 수수료 인하로 카드사가 혜택 축소에 내몰리고 있어 고객의 큰 선택지가 하나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한편 카드 고객들의 카드사 ‘알짜카드’ 단종에 대한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신용카드 추천 플랫폼 카드고릴라가 ‘소비자가 절대 원치 않는 신용카드 혜택 축소 1위는?’이라는 내용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알짜카드의 단종’이 30.3%(516표)를 차지했다. ‘할인율 또는 적립률 축소’ ‘전월 실적조건 강화’ ‘연회비 상승’ 등이 뒤를 이으면서 카드 고객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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