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한국석유공사가 발표한 비상경영계획안에는 미국의 셰일가스 광구인 이글포드와 영국 에너지 기업 다나페트롤리엄 등 알짜 자산의 매각 방침까지 담겼다. 지난해 말 한국광물공사도 공기업 부채를 감축하기 위해 알짜 자산으로 분류되는 호주 물라벤 유연탄광산 지분을 매각했다고 밝혔다. 광물공사는 사업 참여 10년 만에 시험 생산에 돌입한 알짜 구리 광산인 파나마의 ‘코브레 파나마’도 해외 기업에 매각해야 할 처지다. 정부가 해외자원개발 자산은 모두 매각하라는 방침을 세웠기 때문인데 부실 자산은 팔리지 않고 알짜 자산만 매각하는 적폐청산의 역설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석유공사가 기존의 비우량 자산만 매각하려다 알짜 자산까지 매각에 나서게 된 것은 비우량 자산만으로는 마땅한 인수 주체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가 당장 부채비율이 2,200%에 달하는 재무 구조를 빠른 시일 내에 개선하라고 압박하는 것 역시 석유공사로서는 부담이다. 석유공사는 이글포드와 다나의 보유 지분 30~40%를 현재 계획대로 매각하면 올해 당장 8,000억~9,000억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정부와 협의를 거쳐 이들 두 회사의 나머지 보유 지분과 아랍에미리트(UAE)·카자흐스탄 등에 있는 다른 우량 자산을 패키지화해 민간 참여를 유도할 방침이다. 패키지 투자 유치까지 성사되면 석유공사는 내년까지 총 2조4,000억원의 자본을 확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알짜 자산만 팔리고 부실 자산만 남게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부실 자산만 내놓으니 시장에서 팔리지 않아 석유공사가 알짜 자산까지 묶어서 한꺼번에 팔려는 의도인데 말처럼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석유공사가 매각하려는 미국 셰일가스 광구 이글포드는 매장량 5억배럴로 추정된다. 2016년 유가 하락의 영향으로 가치가 하락하는 듯 보였지만 유가 회복과 미국 정부의 셰일가스 드라이브에 따라 석유공사의 효자 자산으로 탈바꿈했다. 2010년 인수한 영국 다나 지분 역시 그동안 부진했지만 2년 전부터 수익이 나기 시작하면서 역시 알짜 자산이 됐다.
이 같은 사례는 지난해에도 있었다. 광물공사는 지난해 약 8,400만호주달러(680억원)를 대가로 물라벤 사업 지분 4%를 호주 광산업체 얀콜에 매각했다. 광물공사는 물라벤 광산에 지분인수 대금을 포함한 투자액 591억원 가운데 110억원을 회수했으며 이 매각으로 90억원가량의 차익도 남겼다. 이에 대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연탄 가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높은 가격에 팔린 만큼 보유하고 있으면 더 큰 가치를 가져다줄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광물자원공사가 지분 매각을 추진 중인 파나마의 코브레 파나마 구리광산도 비슷한 상황이다. 코브레 파나마 프로젝트는 캐나다 광산업체인 퍼스트퀀텀(FQM)사가 개발하는 세계 10위권 규모의 대형 구리 광산 사업이다. 상업생산에 돌입하면 연간 최대 35만톤의 구리 금속을 향후 35년 이상 생산할 것으로 추정된다. 광산의 지분은 FQM이 90%, 광물공사가 10%를 보유하고 있는데 10%에 대해 시장이 평가하고 있는 금액만 1조원을 웃돈다. 특히 상업생산에 들어가면 구리 등 광물을 판매해 추가적인 수익까지 올릴 수 있어 광산의 가치는 더욱 높아질 수 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하지만 정부의 매각 방침에 현재로서는 해외 기업으로 넘어갈 공산이 매우 큰 상황이다.
자원개발 업계의 한 관계자는 “결국 시장에서 인기가 있는 알짜 해외 자산만 팔리게 되면 부실 자산만 남게 돼 공기업들의 상황이 더욱 좋지 않게 되는 역설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종=강광우·김우보기자 press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