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갈라파고스 규제가 부른 주총대란 이대로 둘건가

3월 주주총회 시즌이 본격화하면서 글로벌 스탠더드와 맞지 않는 주총제도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대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3%룰이 대표적이다. 이 룰의 부작용은 2017년 말 섀도보팅이 폐지되면서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감사를 선임하기 위해서는 주식 총수의 25% 이상 주주가 주총에 출석해야 하는데 3% 외 부족분을 일반 주주로 채워야 한다. 재계의 반대에도 대안 없이 폐지되면서 상장사들이 의결정족수를 채우기 어려운 주총 대란을 부르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소액주주의 주총 평균 참석률은 7.28%에 불과했다. 결국 56개 상장사들이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감사를 선임하지 못했다. 상장사협의회에 따르면 올해도 154개 기업이 감사·감사위원 선임 안건을 통과시키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과 유관기관이 주총 대란을 막기 위해 소액주주들의 참여를 독려하고는 있지만 상법이 개정되지 않는 한 미봉책에 그칠 수밖에 없다.

오히려 정부의 개정안은 기업들의 바람과는 거꾸로 가고 있다. 정부는 지난 1월 전자투표제·집중투표제 의무화, 대표소송제 도입, 감사위원 분리선출 등을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을 내놓고 패스트트랙까지 적용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이는 기업의 경영권 방어를 무력화시키는 부작용을 낳는다며 재계가 반대해왔던 사안들이다. 적극적 주주권 확대를 표방한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역시 마찬가지다. 단기차익을 노리는 행동주의펀드의 활개를 부채질하며 기업들을 주총 공포로 내몰고 있다.

3%룰은 섀도보팅과 함께 마땅히 폐지됐어야 할 규제다. 상법이 제정된 1962년부터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 제도로,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만 남아 있다. 57년 전에 만들어진 제도가 아직 남아 주총 대란을 부르고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정부의 잘못된 판단으로 주주들의 축제의 장이 돼야 할 주총이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또 다른 족쇄가 돼서는 안 된다. 기업의 손발을 다 묶어놓고 일자리를 만들고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하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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