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창고 정책...한방이 없다]변죽만 울린 기업 유턴정책...숙박공유 해법도 2년전 복사판

'제조2030' 등 경기대책 이달에만 10여개 내놓는다지만
국정기조 변화없이 실효성 없는 곁가지만 나열 악순환
"조급증 걸린 '어공' - 뒷짐진 '늘공' 엇박자가 만든 고질병"

홍남기(앞줄 오른쪽)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국무위원들이 11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을 방문해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지난해 11월 유턴기업(해외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종합지원대책을 발표했다. 유턴기업 인정 기준인 해외사업장 생산량 비중 기준을 50%에서 25%로 낮추는 방안이 담겼다. 지원 대상 업종과 기업 규모 기준도 완화했다. 지난 2013년 관련 법 제정 이후 각종 세제와 보조금 지원책을 내놓았지만 복귀기업이 2017년까지 51개사에 그치자 당근을 더 꺼낸 것이다.

그러나 현장의 반응은 차가웠다. “해외에 나갔던 기업이 세금 혜택 좀 받자고 국내에 돌아올 것으로 기대하는 정부의 기대가 순진해 보일 정도”라는 반응이 나왔다. 명색이 종합대책인데 지엽적인 세제만 건드렸다는 의미다. 유턴기업들이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는 노동시장 경직성(18.7%)과 높은 인건비(17.6%)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수출·고용·투자 등 주요 경제지표에 빨간불이 들어오면서 정부가 각종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경기침체를 벗어날 한방 있는 정책은 없이 곁가지만 건드리거나 기존 대책을 이름만 바꿔 새것인 양 포장하는 데 급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12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취임 이후에만 경제활력 대책회의를 9차례나 개최했다. 현장밀착 규제혁신 방안(2차), 4차 산업혁명 인재 양성 전략(3차), 공유경제 활성화 방안(5차),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고도화 전략(7차)같이 성격이 비슷한 대책들도 많다. 그러다 보니 콘텐츠나 진전 사항은 없는데 ‘간판’만 바꾼 경우도 적지 않다. 규제개혁이 공유경제 활성화로, 4차 산업혁명 대책이 ICT 산업 전략으로 둔갑하는 식이다. 고용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자 급조한 대책도 강의실 전등 끄기와 산불 감시 같은 임시방편 대책에 그친다. 경제부처의 한 고위관계자는 “최근 나오는 경제정책을 들여다보면 지엽적인 대책에 그칠 뿐 선 굵은 정책이 없다”면서 “오히려 정책 다이어트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한 전직 장관은 “경제정책 전반에 걸쳐 국정운영의 우선순위 조율이 안 돼 있고 부처 장관들이 임팩트 있는 정책을 내놓는 분위기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차관 출신의 옛 경제 관료는 “어떤 정책을 어떻게 펴야 효율적일지 고민해야 할 시간에 ‘어공(어쩌다 공무원)’이 시키는 일만 하는 데 늘공(늘 공무원)들이 시간을 쏟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공유경제 활성화 등 산업 육성을 위해 필요한 정책들은 ‘이해집단’의 반발에 막혀 진전이 없다 보니 기존 대책을 재탕하는 경우가 많다. 숙박공유가 대표적이다. 정부는 1월 ‘공유경제 활성화 방안’에 해외에서 급성장하는 에어비앤비 같은 숙박공유 사업을 도심 지역에서도 허용하도록 관광진흥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내용을 담았으나 이는 2017년 12월에 내놓은 ‘2018년 경제정책 방향’에 들어간 내용의 반복에 불과하다. 이후 2018년 3월 ‘청년 일자리 대책’, 10월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 지원 방안’에도 숙박공유 활성화 대책이 줄줄이 담겨 있다. 주요 정책들이 공수표를 남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민간의 한 경제 전문가는 “‘소득주도 성장’ 경제정책의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현 정부의 조급증과 책임질 만한 정책은 손대려 하지 않는 관료적 고질병이 빚어낸 결과”라고 지적했다. 최근 경기침체 우려 속에 유일한 버팀목인 수출마저 급감하자 기재부는 최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이달 중 ‘산업별 경쟁력 확보 전략 및 단계별 이행 로드맵(가칭 2030제조업 미래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주요 제조업 육성 방안을 불과 한두 달 만에 발표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 많다. 산업통상자원부의 한 관계자는 “제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준비해온 것은 맞지만 정작 주무부처인 산업부가 아닌 기재부가, 그것도 구체적인 일정 조율조차 안 된 상태에서 발표했다”고 토로했다.

당장 제조업과 에너지 분야 주무부처인 산업부는 이달에만 10여개의 정책을 쏟아내야 할 처지다. 정부 안팎에서는 “수많은 대책 발표가 예정돼 있는데 인력과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만들기보다 때우기식 대책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세종=황정원·한재영기자 김능현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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