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EPA연합뉴스
영국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Brexit) 시점을 연기할 가능성이 커지자 EU가 이른바 ‘이혼 합의금’으로 불리는 재정분담금을 더 내라고 압박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11일(현지시간) 익명의 EU 취재원들을 인용해 영국이 브렉시트를 연기할 경우 EU가 법적·재정적 조건을 내걸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영국 하원은 오는 12일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한 승인투표를 할 예정이지만, 기존 합의안에 큰 변화가 없는 만큼 부결될 가능성이 크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주말 동안 보수당 내 브렉시트 강경론자들을 만나는 한편 EU 회원국 정상들과 전화통화를 나눴지만 별다른 소득을 올리지 못했다.
승인투표가 부결되면 영국 하원은 13일 아무런 협정 없이 EU를 탈퇴하는 ‘노 딜’ 브렉시트 여부를, 다시 14일에는 오는 29일 예정된 브렉시트 시점을 연기하는 방안에 대해 표결할 예정이다. 집권 보수당은 물론 노동당 등 야당에서도 ‘노 딜’ 브렉시트만큼은 피하자는 기류가 강한 만큼 결국 영국이 브렉시트를 연기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초 영국은 물론 EU 내에서도 혼란을 피하기 위해 브렉시트 연기를 쉽게 수용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최근 들어 영국이 코너로 몰리자 이를 조건부로 수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구체적으로 영국이 브렉시트를 늦춰 EU 회원국으로 더 남아있게 된다면 이에 따른 재정분담금도 더 내야 한다는 것이 EU 측 입장이라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앞서 영국과 EU는 지난해 11월 타결한 브렉시트 합의안에서 영국의 EU 분담금 정산, 이른바 ‘이혼합의금’에 관한 내용을 담았다. 영국은 EU 직원들의 연금을 부담하며, EU 회원국 시절 약속에 따라 2020년까지 EU 프로그램에 대한 재정 기여를 해야 한다. 이같은 이혼합의금은 이전에 390억 파운드(약 57조원)로 추산됐다.
브렉시트가 3개월 연기되면 영국은 최소 수십억 파운드를 더 내야 하며, 연간으로는 135억 파운드(약 20조원)를 추가 부담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EU 측 관계자는 밝혔다. EU 측 태도 변화는 브렉시트 강경론자들의 더 큰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 실제 보수당 강경론자들은 ‘노 딜’을 하더라도 영국은 번영할 수 있는 만큼 이를 협상 테이블에서 내려놓아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