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윤 돌턴인베스트먼트 시니어 애널리스트
“현대홈쇼핑(057050)은 8년간 비핵심사업에 1조 원을 투자했지만 성과가 미미합니다. 회사의 목표 수익률이 겨우 은행이자(약2%) 이상이라고 하더군요”
현대홈쇼핑의 주주인 미국 투자사 돌턴인베스트먼트는 최근 4,100억원을 자사주 소각과 배당으로 돌려줄 것과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선임 안건에 반대하겠다는 주주제안을 공개했다. 임성윤 돌턴인베스트먼트 시니어 애널리스트는 11일 서울경제신문 시그널과의 인터뷰에서 “주주를 고려하지 않는 오래된 경영방침을 이제는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 투자연대를 이끄는 돌턴인베스트먼트는 국내에서는 잘 알려지진 않았는데, 국내 기업에 투자한 이력이 있나?
△1990년대 말 설립한 투자회사로 아시아와 같은 이머징 시장을 중심으로 장기 투자하고 있다. 한국과 중국, 일본, 대만, 인도 등이 주요 투자 대상이다. 운용자산은 4조원으로 이 중 한국 투자규모는 2,000억원 수준이다. 투자한 주식의 평균 보유기간 3~7년이다. 한국 주식 중에선 10년 이상 보유한 주식도 있다. 주로 유럽계 기관투자자와 대학기금 등으로부터 자금을 받고 있고, 리테일(개인투자) 자금은 받지 않아 운용규모가 작은 편이다.
- KCGI, 밸류파트너스, 미국 브랜디스인베스트먼트, 미국 루안,커니프 & 골드파브 등과 ‘투자연대’를 형성했다. 특정 기업을 대상으로 연대할 가능성이 있는지?
△운용사 간 투자 목적이나 성향이 달라 합의점을 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 회사에 대응하기보단 한국 주식 시장의 고질적인 문제에 동의한다는 의미로 봐주시면 좋겠다.
- 투자연대가 보는 한국 주식 시장의 문제는 무엇인가?
△국내 기업의 건전하지 못한 ‘자본 효율’이 가장 큰 문제다. 본업에서 돈을 아무리 많이 벌어도 주주에게 돌려주지 않는다. 지난 5년간 대한민국 상장기업들의 평균 PBR (주가순자산비율)은 1.0배에 불과한 반면 다른 주요 국가 및 지역들은 약 1.3배에서 2.9배 사이를 보였다. PBR이 1에 머물러 있다는 것은 국내 기업들이 경제적 부가가치를 전혀 창출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 그래서 국민연금과 정부에 먼저 ‘대한민국에 드리는 제안’이라는 이름의 공개서한을 보낸건가?
△최근 스튜어드십 코드가 화제는 되고 있지만 논의 쟁점이 엉뚱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점은 문제라고 생각했다. 자본 효율에 대한 문제 대신 ‘연금사회주의’ 아니면 ‘경영권 위협’으로 소비되는 식이다. 국민연금도 여전히 기업 봐주기식의 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 현대그린푸드(005440)가 배당성향을 기존 7%에서 13%로 올렸는데, 국민연금은 바로 중점관리기업에서 해제했다. 아직 평균보다도 낮은 수준인데 국민연금이 너무 쉽게 풀어줬다고 생각한다.
-돌턴인베스트먼트는 이번 서한에서 현대홈쇼핑 지분 2.5%를 보유했다고 밝혔다. 주주로서 목격한 현대홈쇼핑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현대홈쇼핑은 본업에 많은 투자가 필요하지 않다. 채널과 사업권 있는 상태에서 방송 장비 등만 있으면 유지할 수 있다. 실제로 현대홈쇼핑 핵심본업의 이익창출력은 2010년 상장 이후 더 커졌는데 이를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않아서 주주들이 손실을 보고 있다.
-현대홈쇼핑의 무리한 투자로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7년 전에 한섬(020000), 지난해에는 한화L&C를 사들이는 등 현대홈쇼핑은 2012년 이후 약 1조원 이상을 비핵심사업에 투자해왔다. 한섬은 인수 후 시장가치가 23% 떨어졌고, 한화L&C는 경쟁사보다 비싸게 샀지만, 현재 현대홈쇼핑의 계열사보다 운용자본이익률이 낮다. 한화L&C투자 발표 후 주가가 떨어진 것도 그래서다.
현대홈쇼핑 IR팀과 얘기해보니 목표하는 투자수익률은 은행이자 정도밖에 안 된다고 하더라. 우리가 요구하는 수익률은 10% 이상이었으니 당연히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 자사주 매입 후 소각을 배당보다 우선해 요구하고 있다. 이유는?
△ 현대홈쇼핑은 순현금성 자산과 보유 지분가치에 비해 시가총액이 30% 가까이 싸다. 본질가치와 주가 사이의 괴리가 크기 때문인데 현대홈쇼핑은 보유한 현금으로 자사주를 매입한 후 소각해 제 가치를 찾아야 한다. 자사주 매입 후 소각을 하지 않으면 제 3자에게 주식을 처분할 수도 있어 시장에 불신을 줄 수 있다.
또한 배당을 하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돌려받은 배당금으로 또 다른 투자처를 찾아야 한다. 자사주 매입 후 소각이 기업과 투자자 모두에 효율적인 방법이다.
-현대백화점 투자한 지는 3년에 불과하다. 기업 측에선 지속 가능한 경영을 생각하는 장기투자가가 맞냐고 반박할 수 있을 것 같다.
△기관투자자의 국내 주식 시장 회전율은 통상 4~6개월 정도다. 글로벌 투자사들도 2~3년 정도 보유하는데다 우리도 3~7년가량 주식을 보유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길다. 우리는 투자를 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효율적으로 투자하고 남는 돈은 돌려달라는 취지다. /조윤희·임세원 기자 choy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