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점 카드 수수료율 인상을 놓고 현대차와 신한·삼성 등 대형카드사 간 갈등이 이어지면서 이번 사태의 시발점인 적격비용 산정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적격비용은 카드사가 가맹점에 제시하는 수수료율의 원가 개념으로 3년마다 시장 환경 변화를 감안해 조정한다. 현대차는 카드사가 그동안 저금리 기조 속에 자금 조달비용이 낮아진 만큼 수수료 인상 폭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카드사는 대형 가맹점에게 들인 마케팅 비용을 이번엔 수수료율에 반영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12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신한·삼성·롯데카드 간 협상이 난항을 이어가는 배경엔 적격비용 산정을 둘러싼 이견 차이가 자리 잡고 있다. 현대차는 이들 카드사들이 가맹정 카드 수수료율 인하 여력이 있음에도 당국의 가이드라인을 핑계로 인상을 강행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업계 1위인 신한카드의 경우 2015~2017년 평균 조달금리는 연 2.80%로 이전 3년(2012~2014년)의 4.29%보다 1.49%포인트 줄었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금융권 대출금리와 카드채 발행 금리가 하락한 결과다. 하지만 카드사들이 협상 초반부터 대폭 인상된(0.12~0.14%포인트) 수수료율을 제시하자 받아들일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현대차는 이후 수정안(0.05%포인트 내외)을 내놨고 KB국민·현대·하나·NH농협·씨티카드·BC카드와 가맹점 수수료율 협상을 타결했다.
아직 협상 중인 카드사들의 입장은 다르다. 최근 조달금리가 떨어진 것은 맞지만 현대차를 비롯한 대형가맹점에 마케팅 비용으로 지출한 비용이 이에 못지 않다는 것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일부 업종의 경우 연간 카드사의 가맹점 수수료 수입은 3,500억원인 반면 카드사가 해당 업종에 지출하는 프로모션을 포함한 총 마케팅 비용이 3,600억원으로 더 많다. 대형 가맹점의 경우 해당 가맹점에서 100원의 카드결제시 1.7원 이상의 마케팅혜택(부가서비스에 한정)을 카드사가 지급하고 있지만 반대로 대형가맹점이 카드사에 지출하는 수수료는 1.8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합의에 이르지 못한 카드사들이 매출 500억원 이하 일반 가맹점과 500억원 이상 대형 가맹점간 수수료율 역진성 문제를 제기하는 이유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해 11월 수수료율 체계 개편안을 내놓으면서 적격비용에 반영되는 마케팅 비용 상한을 매출액 구간별로 차등 적용하기로 한 상태다.
적격 비용 산정을 둘러싼 양측의 입장은 쉽게 좁혀지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카드 수수료 인상이 경제적 측면보다는 중소 자영업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정치적 목적에서 출발 된 탓이다. 카드사의 평균 조달비용과 대형 가맹점에 대한 마케팅(캐시백·포인트 적립 등) 비용 중 어느 것이 더욱 큰지 비교하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협상 뒤에는 ‘카드 수수료 역진성 해소’라는 금융당국의 정책 목표가 있기 때문에 타결까지는 좀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서민우기자 ingagh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