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강 죽산보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기획위)는 지난달 22일 금강·영산강의 5개 보 처리 방안을 제시하며 보별 수중구조물이 강의 통수면적에 미치는 영향을 공개하지 않았다. 영산강 죽산보의 경우 전면 개방 시 물 흐름을 방해하는 것은 수중구조물뿐인데도 구체적인 자료 공개 없이 해체안을 제시했다. 1,000억원이 넘는 수질 개선 이익은 덤이었다. 이후 서울경제신문의 취재에 수중구조물이 물 흐름에 끼치는 영향은 계속 달라졌다. 처음에는 수중구조물 때문에 죽산보 지점의 통수면적이 약 9% 감소한다고 밝혔다가 나중에는 50%까지 차이가 날 수 있다며 말을 바꿨다. 보 처리 방안 발표 이후 약 2주 동안 ‘자료 미공개→9%→50%’로 입장이 달라진 셈이다. 보 해체를 결정한 근거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지점이다.
죽산보는 184m 길이의 보 전체가 가동보(하천 수위를 조절할 수 있는 구조물)다. 전면 개방하면 보수문의 100%가 열리기 때문에 완전 해체할 근거가 약하다는 주장이 기획위의 발표 직후 제기됐다. 당시 기획위는 “보 해체 방식이 일부 구조물을 남겨두는 보 수문 완전 개방보다 수질·생태 개선 효과가 더 크다”며 “일부 구조물을 남겨 보 수문을 개방하면 물 흐름을 정상화하는 데 한계가 있고 수질 및 생태 등의 개선 효과도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반박은 했지만 구체적인 자료는 제시하지 못했다. 본지 요청에 공개한 9%라는 수치는 기획위가 하천 수리 분석 프로그램인 미 공병단의 ‘HEC-RAS’를 이용해 설치 전후 죽산보 지점의 측량 자료를 분석해 도출한 결과다. 보 지점의 수위가 7.1m(계획 홍수위 발생 기준)까지 차올라 수문을 모두 열었을 경우를 가정했다. 죽산보를 완전 해체할 때의 물 흐름이 100%라면 전면 개방할 경우에는 91%가 된다는 뜻이다.
수중구조물의 영향을 처음으로 정량화한 자료지만 의문점을 해소하기는커녕 더 키웠다. 죽산보의 수질 개선 편익은 1,019억원으로 △금강 공주보 296억원 △영산강 승촌보 247억원 △금강 세종보 112억원 △금강 백제보 -286억원와 비교해 압도적이다. 기획위는 죽산보를 1년 동안 전면 개방한 결과 강의 수질이 악화(0.472)했다고 밝힌 바 있다. 강을 막아뒀던 수문을 열고 물 흐름을 91%까지 확장하자 오히려 수질이 나빠진 셈이다. 물 흐름을 100%까지 높인다고 갑자기 수질이 좋아질 뿐만 아니라 개선 효과가 다른 보와 비교해도 월등히 높아진다는 설명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더군다나 죽산보는 보 완전 해체와 전면 개방의 물 흐름 개선 효과가 다른 보에 비해 적을 수밖에 없다. 보별 총 길이 대비 가동보의 비중만 살펴봐도 죽산보는 100%로 △공주보 87% △세종보 64% △백제보 39% △승촌보 37%와 비교되지 않는 수준이다. 심지어 죽산보를 제외한 나머지 4개 보는 수중구조물로 인한 통수면적 변화를 분석하는 작업조차 끝나지 않았다.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죽산보를 전면개방했을 때와 완전 해체했을 때 통수면적의 차이가 얼마나 되는지 (기획위가) 계산을 제대로 했는지 의구심이 든다”며 “개방 시에는 나빠졌던 수질이 완전 해체한다고 해서 1,000억원 넘는 개선 이익으로 돌아왔다고 계산한 것도 말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쉽게 이해할 수 없는 결과에 기획위는 스스로 말을 바꿨다. 컴퓨터지원설계(CAD) 프로그램으로 보의 도면을 다시 살펴보니 죽산보의 콘크리트를 다 들어내면 통수면적이 50%나 늘어났다는 것이다. 기획위 관계자는 “강바닥 깊이 들어가 있는 콘크리트까지 모두 들어낼 경우를 가정한 결과”라며 “나머지 4개 보도 단면을 받아서 그 면적을 CAD로 계산해 보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세종=정순구기자 soon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