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부터 택배 가격이 오른 가운데 GS25는 이달 중 최대 75%가량 저렴한 1,600원짜리 파격가 서비스를 내놓는다. 농심은 30년 전에 단종된 ‘해피라면’을 부활시키며 경쟁사보다 낮은 700원으로 가격을 책정했고 2만원대로 올라선 치킨도 전 메뉴 반값 할인 프로모션을 앞세우며 ‘반값 인심’ 모드에 돌입했다.

유통 업계 전반에 ‘100원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2010년 초반 유통 업계에 불었던 ‘10원 전쟁’ 이후 10여년 만에 불어닥친 초저가 전쟁이다.


유통 업계의 한 관계자는 “2019년은 10년 전과 유사하게 최악의 경기불황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유통시장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이탈하는 고객을 잡기 위한 처절함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이마트 국민가격’으로 가성비 품격 마케팅의 불을 댕긴 후 시작된 반값 전쟁은 다른 경쟁사는 물론 온라인 쇼핑몰 등 모든 유통 업계로 옮겨붙었다. 이로써 삼겹살·전복·라면·과일 등 모든 생필품에 이어 심지어 택배까지 100원 단위 전쟁에 돌입했다.

1,000원대까지 치솟았던 라면 시장에서는 한 봉지당 390원짜리 제품이 등장했는가 하면 1ℓ에 4만~5만원 하는 노니 주스는 9,900원이라는 가격 택을 달고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요기요와 손잡은 BBQ는 전 메뉴 반값 이벤트가 대박을 터뜨리자 24일까지 반값 할인을 연장했다. ‘이마트의 국민가격’은 4탄까지 나왔으며 홈플러스는 이달 내내 31개 품목을 할인 중이다. 11번가도 한시적 할인행사 ‘11절’을 1년 내내 진행하기로 했고 위메프는 에어팟·공기청정기·아이폰 등 인터넷 최저가 대비 50% 이상 깎아주는 행사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업계가 초저가 전략으로 생존 승부수를 띄웠지만 효율은 떨어져 제 살 깎아 먹기 경쟁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유통 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적자라고 해도 일단 살아남기만 하면 유통 업계를 ‘접수’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역마진이 커지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보리기자 bori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