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137야드...소그래스 17번홀 넘어야 우승 보인다

'제5의 메이저' PGA 플레이어스챔피언십 14일 개막
심리적 부담 큰 아일랜드 그린
작년 나흘동안 54차례 '퐁당쇼'
총상금 142억...투어 사상 최대
우즈 등 정상급 선수 우승 도전
김시우·임성재·강성훈·안병훈
코리안 브러더스 4인방도 출전

라이언 아머(왼쪽)와 찰리 호프먼이 12일(한국시간) 연습 라운드 도중 소그래스TPC 17번홀 그린으로 걸어가고 있다. 티잉구역은 사진 오른쪽의 보이지 않는 곳에 있다. /폰테베드라비치=EPA연합뉴스

역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사상 최대인 총상금 1,250만달러(약 142억원). 남자골프 ‘제5의 메이저’라 불리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이 14일(이하 한국시간) 막을 올린다.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베드라비치의 소그래스TPC 스타디움 코스(파72·7,189야드)에서 열리는 이 대회는 4대 메이저대회보다 더 많은 상금이 걸려 선수들 사이에서는 ‘투어의 꽃’으로 통한다.


매년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빠짐없이 출전하지만 선수들 못지않게 주목받는 주인공은 17번홀(파3·137야드)이다. 디자이너 피트 다이가 그린을 호수 가운데 섬처럼 떠 있는 아일랜드 형태로 설계한 이 홀은 해마다 승부처가 되며 숱한 화제를 만들어왔다. 그린 사방은 물이고 그린을 드나드는 좁은 통로가 뒤쪽으로 나 있을 뿐이다. 그린의 앞뒤 길이는 23m, 좌우 폭은 16m, 총면적은 363㎡ 정도다. 거리는 그리 길지 않지만 심리적인 부담감과 바람 때문에 스타들이 볼을 물에 빠뜨리는 모습을 심심찮게 감상할 수 있다. 지난해에는 나흘 동안 쉰 네 차례의 ‘퐁당 쇼’가 펼쳐졌고 최근 12년간 평균 47.8개의 볼이 빠졌다. 지난 2007년에는 가장 많은 93개의 볼이 수장됐다. 밥 트웨이(미국)는 2005년 3라운드 때 다섯 번이나 티샷을 물속으로 보내고 이 홀 최다인 12타 기록을 남겼다.

한국 선수들과는 인연이 각별한 대회이기도 하다. 최경주(49·SK텔레콤)가 2011년, 김시우(24·CJ대한통운)가 2017년 정상에 오르며 이 대회 사상 2명뿐인 아시안 챔피언으로 트로피에 이름을 새겼다. 올해 대회에는 김시우를 비롯해 임성재(21), 강성훈(32), 안병훈(28·이상 CJ대한통운)이 출전한다. 김시우는 타이틀 방어에 나선 지난해 첫날 공동 7위로 출발했다가 공동 63위로 마감했다. 2년 전의 우승 추억을 되살려내 지난해의 아쉬움을 씻고 상위 입상을 이루겠다는 각오다. 임성재와 강성훈·안병훈은 최근 분위기가 좋다. 11일 끝난 직전 대회 아널드파머 인비테이셔널에서 임성재는 공동 3위로 데뷔 최고 성적이자 세 번째 톱10 입상을 이루면서 신인왕 경쟁의 불씨를 살렸다. 강성훈과 안병훈도 각각 공동 6위와 공동 10위를 차지하며 샷 감각을 과시했다.

전 세계 골프팬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선수는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44·미국)다. 목 부상으로 지난주 아널드파머 대회에 불참했던 우즈는 12일 대회장에 도착해 “느낌이 좋다. 지난주에는 무리하고 싶지 않아서 휴식을 택했다”고 밝혔다. 우즈는 새로운 퍼팅 코치인 맷 킬렌과 동반했다. 그가 코치와 함께하기는 2017년 크리스 코모와 결별한 후 처음이다. 이번 시즌 우즈는 세 차례 출전에서 20위 밖으로 밀린 적이 없지만 여러 차례 3퍼트 실수를 하는 등 그린에서 위용을 보여주지 못했다. 32세의 킬렌은 미 골프다이제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우즈의 퍼팅이 좋아졌다. 스트로크가 보기에 좋다”고 말했다. 이 대회에서 2001년과 2013년 등 두 차례 우승한 우즈는 지난해에는 최종일 17번홀에서 티샷을 물에 빠뜨려 더블보기를 적어낸 끝에 공동 11위로 마쳤다.

톱 랭커들이 대부분 출전하는 가운데 PGA 투어 홈페이지는 저스틴 토머스(미국)를 우승후보 1순위에 올려놓았다. 통산 9승의 토머스는 이번 시즌 우승은 없지만 평균 버디 1위(5.13개), 평균 타수 1위(69.20타)의 빼어난 경기력으로 두 차례 준우승을 기록했으며 이 대회 성적도 2016년 공동 3위, 지난해 공동 11위로 준수했다. 세계 1위 더스틴 존슨(미국), 아널드파머 대회에서 우승한 프란체스코 몰리나리(이탈리아), 2009년 우승자 헨리크 스텐손(스웨덴), 올 들어 피닉스 오픈 우승과 혼다 클래식 준우승을 기록한 리키 파울러(미국) 등도 출전한다.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도 빼놓을 수 없다. 아널드파머 대회 마지막 날 부진해 공동 6위로 마친 것이 올 시즌 5개 참가 대회 중 가장 나쁜 성적이었을 정도로 꾸준한 모습이며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도 네 차례 12위 안에 든 바 있다. 웨브 심프슨은 1974년 창설 이후 아무도 이루지 못했던 2연패에 도전한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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