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 현대차 "사외이사 풀 80명"… 잇단 우군에 勝機

■엘리엇에 반격수위 높인 현대차
ISS "엘리엇 고배당 요구 반대"
추천 사외이사도 이해상충 논란
수소 등 미래 기술 유출 우려도
노조는 "먹튀 배당 철회하라"


현대자동차의 지배구조와 주주 환원정책 변화를 요구하는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에 대해 현대모비스(012330) 로버트 앨런 크루즈 후보는 양사의 경쟁 업체에서 현재 근무 중이라는 문제가 있다. 매큐언이 회장으로 있는 밸러드파워시스템은 수소연료전지를 개발, 생산 및 판매하는 회사다. 수소전기차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현대차와 직접적인 경쟁 관계에 있다는 뜻이다. 현대차의 글로벌 수소경제 주도 전략이 경쟁사인 밸러드파워시스템으로 흘러들어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크루즈 후보는 중국 전기차 업체인 카르마의 최고기술책임자(CTO)다. 올해 현대모비스는 카르마와 거래 관계를 확대할 예정으로 후보자가 거래 당사자인 두 회사 임원 지위를 겸임할 경우 상호 이해상충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발생한다.

그러면서 현대차그룹은 “국적과 상관없이 전 세계 각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사외이사 후보군 80여명의 풀을 운용하고 있다”면서 사외이사보강계획을 공개했다. 국내 재계 상위권 대기업이 사외이사 인력 풀 운용을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현대차그룹은 특히 “시장과 주주들로부터 존중받는 사외이사를 이사회에 합류시켜 주주의 이해관계를 경영에 반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는 22일 현대자동차·현대모비스 주총과 연계해 1차로 사외이사 후보를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수혈함으로써 재무구조와 지배구조 투명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어 정보통신기술(ICT), 자율주행, 인공지능(AI) 등 미래 기술과 전략 분야의 세계적 전문가를 사외이사진으로 계속 보강할 방침이다. 각 분야에서 고도의 전문성을 갖춘 이사회를 구성해 현대차와 모비스가 최근 발표한 중장기 투자계획을 차질 없이 이행할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이해상충이 있는 엘리엇 추천 사외이사보다 현대차그룹이 확보한 전문가그룹이 훨씬 전문성도 높고 회사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얘기다.

이런 탓에 올해 주총은 10개월 전과는 사뭇 다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5월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하다 엘리엇에 완패해 임시 주총을 취소하기도 했다. 당시 현대차그룹은 지배구조를 위해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간 분할·합병을 임시 주총 안건으로 상정했으나 엘리엇이 공정하지 않은 합병이라며 반대했고 ISS와 글래스루이스를 비롯한 국내외 의결원 자문기관이 모두 엘리엇 편을 들었다. /강도원·박성호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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