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대법원 재판을 앞두고 “피해자 진술이 일관되지 않고 합리적이지 않다”는 주장을 펼쳤다.
안 전 지사 변호인인 이장주 변호사는 12일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하면서 명백하게 법리를 오해했다”는 내용의 상고이유서를 대법원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15일 대법원에 사건이 접수된지 25일 만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 8일 상고이유서를 대법원에 제출했다.
안 전 지사 측은 우선 “피해자 등 증인들이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대한 1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는데도 수긍할 만한 근거도 제시하지 아니한 채 진술을 함부로 뒤집었다”며 “피해자의 진술은 일관성이 결여됐고 합리성도 없으며 피해자의 진술과 배치되는 많은 객관적인 정황과 자료가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특히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근본적으로 의심케 하는 상화원 사건, 보직변경과 관련한 피해자의 감정변화, 순두부, 미장원, 명견만리 녹화장, 진단서, 피고인과 피해자 간의 텔레그램, 지인과의 카카오톡 등 수많은 간접사실들이 있음에도 원심은 이런 사실들을 의도적으로 축소하거나 외면했다”며 “이 사건은 7개월의 장기에 걸쳐 발생했으므로 유기적·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하는데 원심은 개별적으로 국한해 판단했다”고 지적했다. 안 전 지사 측은 또 “피해자는 장기간 피해가 반복됐음에도 수행에서 정무비서로의 보직변경을 슬퍼하고 친한 지인들과 피고인을 생각하는 수많은 카카오톡을 주고 받았다”며 “의도적으로 현실과 인식을 구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며 피해자의 진술은 언어의 유희이고 인간의 본성에도 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 전 지사 측은 위력과 고의에 대한 항소심 판단에도 잘못이 있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안 전 지사 측은 “원심은 위력이 간음이나 추행 시에 어떻게 행사됐는지 판단하지 않았다”며 “피해자는 고학력인 데다 인지능력. 자기주장능력, 표현능력이 뛰어나고 혼인과 준강간 고소 경험이 있는 것은 물론 경선 캠프 참여를 위해 문체부공무원직을 사표 낸 결단력 있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아울러 “우리 법 체계에서도 최소한의 고의 판단은 명시적 거절의사의 표시 여부”라며 “그런데 원심은 거꾸로 피고인과 피해자가 명시적으로 합의했는지 안 전 지사가 동의를 구했는지를 한 요소로 봤다”고 주장했다.
안 전 지사는 비서 성폭력 혐의로 1심에서는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2심에서는 유죄를 인정받아 징역 3년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