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추락 사고로 미국 보잉의 차세대 주력기 ‘B737 맥스’ 시리즈의 안전성이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세계 최대의 항공기 제조사인 보잉이 각국 항공사들의 잇단 운항 중단 조치에 이어 거액의 보험금 청구와 소송으로 최악의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미 연방항공청(FAA)은 11일(현지시간) B737 맥스가 ‘안전하게 비행할 수 있는(airworthy) 기종’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내놓았다. 세계 각국으로 해당 기종의 운항 중지 결정이 확산되는 가운데 자국 기업인 보잉을 옹호해준 셈이다. FAA는 늦어도 다음달까지는 보잉 항공기의 설계·제어를 강화하고 훈련 매뉴얼 개선을 요구할 것이라면서 이 같은 입장을 국제 항공 업계에 공지했다. 보잉 역시 이날 B737 맥스의 안전성에 대한 자신감을 보이면서도 사태 수습을 위해 비행제어시스템 개선 및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대응에도 불구하고 B737 맥스 운항 중단을 결정하는 국가와 항공사는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해당 기종의 최대 구매자로 알려진 미 사우스웨스트항공에는 고객들의 안전성·예약변경 문의가 빗발치고 항공사 승무원 5만명 이상이 소속된 항공승무원연합(CWA)도 FAA에 정식 조사를 요구한 상태다. 외신에 따르면 멕시코의 아에로멕시코, 중남미 케이맨항공, 브라질 골(Gol), 몽골 MIAT몽골리안항공, 남아프리카공화국 컴에어항공 등이 모두 운항을 잠정 중단했으며 베트남 민간항공국(CAA)은 아직 이 기종을 도입하지 않았음에도 당분간 B737 맥스 8의 사용 허가를 내지 않겠다고 밝혔다. 영국 민간항공국 역시 예방조치의 일환으로 B737 맥스 기종의 영국 내 운항을 중단한다고 12일 밝혔다. 민간항공국은 추가 알림이 있을 때까지 이같은 조치를 적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중국·인도네시아가 운항 중단을 발표했고 싱가포르는 아예 B737 맥스 전 기종에 대해 운항은 물론 영공 진입까지 차단했다. 12일 호주도 자국을 드나드는 B737 맥스 운항을 중단시켰고 한국 이스타항공도 13일부터 보유 중인 2대 운항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말레이시아와 오만의 동일 기종 운항중단 결정도 뒤따랐다.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주 렌튼의 보잉 제조공장에 ‘B737 맥스’ 여객기가 줄지어 세워져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여기에 피해 보상 및 보험금 청구 등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에티오피아항공 추락 사고로 보잉의 보험사가 지불할 파손 비행기 보험금만 5,000만달러(564억4,000만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만일 조사 과정에서 항공기 결함이 증명될 경우 이 보험금을 보잉사가 부담하게 되는 것은 물론 유족들이 항공사뿐 아니라 제조사인 보잉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 이 경우 보잉사의 부담액은 훨씬 커지게 된다.
이 같은 우려 속에 보잉 주가도 요동쳤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보잉 주가는 한때 12% 넘게 폭락하다가 FAA 입장 발표 후 소폭 반등해 5.33% 하락한 400.01달러에 장을 마쳤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B737 ‘맥스9 베리에이션’ ‘맥스7’ ‘맥스10’ 등을 포함한 맥스 기종 주문은 5,000대 이상 쌓여 있다. 이는 향후 보잉 출하량의 3분의2, 연간 매출의 40%에 달하는 규모다. /이재유기자 0301@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