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야유정치'라는 국회의 민낯

안현덕 정치부


12일 국회 본회의장.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헌정 농단’이라며 쓴소리를 쏟아내자 장내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이후 아수라장으로 변하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나 원내대표가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겨냥해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대변인”이라고 목소리를 높이자 장내는 아우성과 욕설로 가득 찼다. 결국 연설은 중단됐다. 그 사이 곳곳에서는 “내려와라” “그만해라” 등 고성이 오갔다. 삿대질은 기본이었다. 일부 여야 의원 사이에는 몸싸움까지 벌어졌다. 문희상 국회의장의 중재로 다시 연설이 시작됐으나 그나마도 쉽지 않았다. 연설 내내 여기저기서 고성·아우성이 오갔다. 결국 한쪽(야당)에서는 박수를 치고 다른 한편(여당)에서는 야유가 나오는 웃지 못할 진풍경까지 연출됐다.


국가 발전을 위한 공론의 자리이자 논쟁의 장인 국회가 이른바 ‘도떼기시장’으로 변한 순간이었다. 불과 몇 분 되지 않은 시간이었다. 세인들이 국회라는 단어 뒤에 ‘정치판’이라는 속된 꼬리표를 단 이유도 금세 알 수 있었다. 순간 “야유를 보내고, 무조건 비난하는 정치는 없어지지 않는다”는 한 중진 의원의 조소 섞인 말이 떠올랐다. 우리 사회가 민주화됐다고 하나 국내 정치는 여전히 후진국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만큼 무조건 비난으로 일관하는 이른바 ‘야유정치’가 고질병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뜻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의원들은 ‘국민을 위한 정치’를 역설한다. 민생 안정과 국가 안위를 최고의 덕목으로 꼽는 것이다. 그러나 이날 국회에서 연출된 막장 드라마에서는 그들이 말하는 국민을 위한 고민은 없었다. 날 선 비판과 반박, 성찰의 모습도 찾기 어려웠다. 다만 상대를 헐뜯고 욕해 살아남으려는 ‘약육강식’의 행태만 보였다. 이를 두고 혹자는 정치를 ‘쇼’라고 말한다. 그만큼 발전 없이 보여주기에 급급하다는 뜻이다. 쇼는 그나마 국민에게 재미라도 준다. 하지만 정치적 쇼는 현실적 문제로 힘든 국민에게 절망만 안긴다. 여야가 서로 헐뜯고 비난해 상대보다 돋보이려는 야유정치는 더 이상 국민을 춤추게 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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