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초기 단계부터 개입한다. 이를 통해 천편 일률적인 아파트 디자인에서 벗어나겠다는 것이 시의 설명이다. 하지만 초기부터 공공기관이 개입하면서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가 새롭게 지어질 아파트의 밑그림까지 자의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는 12일 △사전 공공기획 도입 △정비사업 심의기간 단축 △대단지(슈퍼블록) 분할 △현상설계 확대 등을 골자로 하는 ‘도시·건축 혁신(안)’을 발표했다.
계획안에 따르면 정비사업 추진에 앞서 ‘사전 공공기획’ 단계가 신설된다. 조합이 정비계획을 만들기 전에 서울시가 건축계획, 지역 특성, 사회변화 등을 분석해 각 단지별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이다. 기존에는 정비계획안 수립 마지막 절차인 심의 단계에서 도시계획위원회를 통해 계획안을 검토해 왔으나 여기에는 다양한 도시적 맥락을 고려한 계획으로 유도하기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었다고 시는 설명했다. 또 정비계획안 수립에 공공의 가이드 지침이 반영되면 정비계획 심의를 위한 도시계획위원회 개최 횟수를 3회에서 1회로, 소요 기간을 20개월에서 10개월로 대폭 단축한다.
아울러 시는 ‘서울시 아파트 조성기준’도 새로 만들 계획이다. 대단위 아파트 밀집지역의 경우 일대 지역을 포함한 지구단위 계획을 수립해 복합 개발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특히 ‘슈퍼블록’이라고 부르는 대단위 아파트 단지의 경우 블록을 쪼개 단지 내 보행로를 내고 보행로 주변 저층부에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 등을 갖추도록 한다. 성냥갑 같은 획일적인 아파트에서 벗어나 다양하고 창의적인 건축디자인이 나올 수 있도록 현상설계 공모를 활성화, 1~5억 원까지 비용도 지원할 계획이다.
한편 정비업계는 이 같은 방안에 대해 시가 사업 초기부터 개입하면서 또 하나의 규제가 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사전 기획 단계를 거쳐 정비 기간을 단축한다는 계획이지만, 서울시의 사전 계획에 맞추느라 정비 계획 수립 자체가 지연될 수 있다”며 “최대 효율과 수익성을 원하는 조합원들이 서울시의 계획을 그대로 받아들일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정비업계 관계자도 “설계 현상공모를 모든 단지에 적용한다는데 현재 공모를 추진한 재건축 단지들도 사업성 문제 등으로 잡음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설계자와 조합 간 마찰을 겪는 사례만 느는 것 아닐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박윤선기자 sepy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