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도 모자라 “재벌들은 관료와 정치인을 포획하고 언론을 장악하는 등 ‘사회적 병리현상’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말도 했다. ‘포획’ ‘장악’이라는 표현에는 대기업에 대한 적의까지 느껴진다. 장관급 인사가 한국 경제와 기업을 폄훼하는 발언을 외국 관료들 앞에서 스스럼없이 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김 위원장의 지적대로라면 국내 대기업들은 그야말로 사회악 수준이다. 이처럼 김 위원장이 대기업에 대해 왜곡된 편견을 드러낸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2017년 11월2일에 열린 확대경제장관회의에 지각한 이유에 대해 “재벌들 혼내 주고 오느라 늦었다”고 했다. 얼마나 이 말이 듣기 민망했던지 당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그런 말씀 하시면 안 된다”고 지적했을 정도다. 그 두 달 전에는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를 미국의 스티브 잡스와 비교하며 “미래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깎아내렸다. 오죽했으면 이재웅 다음 창업자가 이에 대해 “맨몸으로 정부 도움 하나 없이 최고 인터넷 기업을 일으킨 기업가를 그렇게 평가하는 것은 오만”이라고 반박했겠는가.
공정위 수장으로 취임한 지 2년이 다돼가는데도 김 위원장의 기업관은 시민단체 시절에 머물러 있는 것 같아 답답하다. 이렇게 반기업적인 견해를 가진 인사가 그동안 공정경제를 외쳤다니 소름이 돋을 지경이다. 깊은 고민 없이 반기업 정서에만 기대 정책을 만들어오지 않았는지 의심스럽다. 김 위원장은 더 이상 사실과 맞지 않은 왜곡된 통계와 편향된 시각으로 기업들을 매도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하루빨리 완장을 찬 듯한 착각과 오만에서 벗어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