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에 대한 불안감으로 기업들의 투자가 급감하면서 기업 예금이 사상 처음으로 400조원을 넘어섰다. 투자주체인 기업이 영업으로 벌어들인 돈을 투자에 쓰기보다는 경기침체에 대비해 은행에 쌓아두고 있는 것이다.

1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말 예금은행의 기업예금 잔액은 425조8,778억원으로 전년대비 6.8% 증가했다. 기업예금이 400조원을 넘은 것은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반면 가계 은행예금 잔액은 618조4,422억원으로 3.1% 증가했다. 기업예금 증가율이 가계 증가율보다 3.7%포인트 높은 셈이다.


기업은행 증가율은 최근 수년간 상승하는 추세다. 2014년 3.4%에서 2015년에는 8.3%, 2016에는 10.2%로 뛰었다. 2017년에는 증가율이 4.0%로 다소 주춤했으나 지난해 다시 6.8%로 확대됐다.

기업예금 증가율이 높아지는 것은 기업의 소득이 늘고 있지만 투자나 임금, 배당으로 환류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 관계자는 “국민소득 중에서 기업 비중이 확대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가계의 경우 대출까지 받아 부동산 등 실물자산에 자산을 묶고 있고 고령화 때문에 저축 통계로 잡히지 않는 보험사 퇴직 연금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