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는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융감독원·공인회계사회·상장사협의회 등과 ‘기업의 외부감사 부담 완화를 위한 간담회’를 열고 이런 방침을 발표했다.★본지 2월25일자 1·23면 참조
금융위는 이달이 제출기한인 사업보고서에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및 시행령 개정안(신외감법)’의 첫 적용을 앞두고 상장사의 무더기 상장 폐지를 막기 위해 이날 방침을 내놓았다. 지난해 11월 적용된 신외감법은 감사 신뢰도 제고를 위해 부실감사의 책임을 외부감사를 진행한 회계법인에 지워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하지만 기업들 사이에서는 이 때문에 회계법인의 감사가 보수적으로 진행되면 기업 입장에서는 외부감사의 비용이 커지고 적정의견을 받기 어려워져 무더기 상장폐지 사태가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금융위는 먼저 외부감사 결과 비적정 의견을 받으면 바로 상장폐지되는 현행 제도를 개편하기로 했다. 현재는 외부감사에서 비적정 의견을 받으면 바로 상장폐지 대상이 돼 주식거래가 중단되고, 해당 반기 안에 감사보고서를 다시 제출하지 않으면 상장이 폐지된다. 하지만 당국은 비적정 의견을 받아도 다음해의 감사보고서를 통해 적정 의견을 받으면 상장을 유지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며, 곧 세부 방안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비상장기업의 투자지분에 대한 공정가치 평가 기준도 완화한다. 창업 초기이거나 혁신적인 비즈니스모델을 가진 경우 외부감사 시 이 가치를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평가해 벤처캐피털 등의 스타트업 투자를 위축시킨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상장사들은 외부감사인이 기업 경영진의 회계 부정 확인을 위해 디지털 포렌식 조사를 요구해 기업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금융 당국은 이와 관련해 디지털 포렌식에 앞서 경영진의 자진 시정을 유도할 계획이다.
금융위는 외부감사인이 기업의 재무제표를 대리 작성하거나 회계처리 자문을 하지 못하도록 한 신외감법의 조항과 관련해서는 외부감사인의 ‘직접적인’ 개입을 금지하는 것일 뿐 기업의 회계처리 방식에 대해서는 기업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간담회를 주재한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난해 10월 적정 감사의견을 받지 못해 재감사를 받은 코스닥 상장사들이 대거 퇴출당해 해당 기업뿐만 아니라 투자자들도 고통을 받았을 것”이라며 “올해는 그런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한국거래소와 협의해 상장관리 규정상의 미비점을 개선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양사록기자 saro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