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아시아 최대 아트페어인 ‘아트바젤 홍콩’이 열린 홍콩컨벤션센터에 전광판이 걸려있다. /사진제공=Art Basel HK
3월의 홍콩은 쇼핑천국이 아니라 ‘예술천국’이다. 아시아 최대 아트페어로 성장한 아트바젤 홍콩(Art Basel HK)이 5월에서 3월 말로 개최기간을 옮기면서 아시아 거점을 홍콩에 둔 경매회사와 화랑들이 3월 마지막 주에 주요 일정을 맞추고 있다. 세계 3대 경매회사인 소더비·크리스티·필립스를 비롯해 서울옥션이 일제히 경매를 소개하는 것도 이 시기다. 뉴욕·런던 등에 가야 만날 수 있는 거물급 화랑인 가고시안·페이스·데이비드즈워너·리만머핀·페로탱 등이 홍콩 분관에서 개막하는 새 전시까지 포함하면 이 기간 선보일 작품 전체 규모만 수조 원대에 육박한다.
◇닷새 행사…매출 1조 아트페어=세계 최정상 아트페어인 스위스 아트바젤이 아시아 미술시장 공략을 위해 설립해 올해 7회째인 ‘아트바젤 홍콩’이 오는 27일 VIP 오픈을 시작으로 29일 공식 개막해 31일까지 홍콩 컨벤션센터(HKCEC)에서 열린다. G2로 성장한 중국의 막강한 경제력를 배경으로 한국을 비롯한 동남아 등 주변 아시아국가의 미술품 구매력을 급속도로 빨아들인 이 아트페어는 지난해 행사 닷새 동안 8만 명의 관객을 끌어모으며 1조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다.
올해는 36개국 242개 갤러리가 참여한다. 가고시안·페이스·데이비드즈워너 등 전 세계 거물 화랑들이 총출동한 가운데 국내 화랑은 아라리오·학고재·국제·리안·원앤제이·PKM갤러리 등 6곳이 본전시에 입성했다. 아트페어의 경쟁력은 참여 화랑의 개성과 다양성이 관건이기에 아트바젤은 엄격한 기준으로 갤러리를 선정한다. 본 전시 외에 다양한 특별전도 눈여겨봐야 한다. 저력있는 작가들의 대형 설치작 12점으로 구성되는 ‘엔카운터(Enconters)’는 가히 ‘비엔날레급’ 전시다. 한국작가 이불은 1937년 힌덴부르크의 재플린호가 격은 대재앙을 소재로 한 공상과학 소설에서 영감을 받아 길이 10m의 초대형 작품을 제작한다. 이번 작품은 이불의 전속화랑인 리만머핀·타대우스 로팍·PKM갤러리가 공동으로 선보인다. 미술사적 의미가 큰 작가의 ‘미니 회고전’ 성격인 ‘캐비넷’ 섹션에서는 국제갤러리의 유영국 등을 만날 수 있다. 중견 이상의 작가를 집중해서 보여주는 ‘인사이트’에서는 부산 조현화랑이 김종학을,대구 우손갤러리가 최병소를,서울의 갤러리바톤이 지니 서 작가를 각각 소개한다.
부산의 조현화랑이 중견·원로작가를 집중 조명하는 ‘인사이트’ 섹션을 통해 소개한 김종학의 작품. /사진제공=Art Basel HK
갤러리바톤이 선보이는 지니 서 작가의 작품. /사진제공=Art Basel HK
독일을 대표하는 화가 네오 라우흐의 최근작 ‘사기꾼(Der Aufschneider)’ /사진제공=David Zwirner Gallery
루이스 부르주아의 ‘꽃들’ /사진제공=Hauser&Wirth Gallery
◇경매와 전시 개막 집중=경매회사 소더비는 아트바젤 홍콩 기간에 맞춰 출품작 프리뷰를 진행한 후 오는 31일부터 4월 2일까지 3일간 10여개의 경매를 진행한다. 추정가 86억~115억원의 중국 근대화가 자오우키의 추상화를 비롯해 장다첸의 72억~102억원 추정가 산수화, 쿠사마 야요이의 72억~100억원의 작품 등 전통 동양화부터 루치오 폰타나 등 서양 근대거장과 동남아시아미술까지 두루 만날 수 있다. 지난해 소더비는 3일간 진행한 홍콩에서의 봄 경매를 통해 약 5,257억원어치의 미술품을 팔아치웠다.
서울옥션도 23일부터 백남준 등의 작품으로 프리뷰를 시작해 29일 홍콩 내 전시장 SA+에서 홍콩경매를 진행한다. 크리스티는 29일에 현대미술을 중심으로 1건의 경매를 열지만 쿠사마 야요이의 ’모자’ ‘호박’, 조지 콘도의 회화, 대만작가 주밍의 조각, 중국 현대미술가 리우 웨이의 그림 등을 다채롭게 선보인다. 얼굴없는 괴짜 화가로 유명한 뱅크시가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을 풍자한 ‘이것은 파이프다’가 추정가 4억~5억5,000만원에 출품된다.
경매회사 필립스는 5월 중순에 뉴욕, 5월 말에 홍콩경매를 예정하고 있지만 아시아 주요 컬렉터가 총집결하는 이 기간에 맞춰 오는 25일부터 전시를 연다. 디자인가구와 시계도 볼거리지만 현대 추상화의 거장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작품전이 기대를 모은다. 리히터는 풍경화 한 점이 521억원에 낙찰된 기록을 갖고 있으며 1,000만불 이상에 거래된 작품만 50여 점인 ‘살아있는 전설’이다. 홍콩 하우저&워스갤러리가 기획한 루이스 부르주아 개인전, 가고시안갤러리가 근대 거장의 정물화를 중심으로 기획한 ‘세잔,모란디 그리고 산유’도 챙겨봐야할 전시다. 구 동독 출신으로 ‘신 라이프치히 화파’를 이끈 몸값 높은 화가 네오 라우흐, 유럽에서 가장 ‘핫’한 작가 에르빈 브룸의 최근작도 만날 수 있다.
3월 말 홍콩으로의 아트투어를 준비한다면 서둘러야 한다. 지난해 아트바젤에 참석한 한국인만 3,000명 이상이었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